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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국립현대미술관

작성자
김석환
작성일
2014.08.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167
내용

여백의 기능

 

 

 

2013 11. 12일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그 부지에 얽혀 있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계 단계까지 국군 지구 병원의 이전이 결정되지 않아서 변수가 되기도 하고 공사 중에 종친부 기단과 월대가 발굴되어 정독 도서관에 있던 건물을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당선안의 설계가 변경되기도 했다.

 

이 부지 일대에는 역사적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의 어진 및 의복의 관리 그리고 왕의 일가친척들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종친부와 사간원 등이 있었고 새 건물이 들어서기 이전에는 일제 강점기때(1913)에 지은 서울국군지구병원과 및 기무사령부의 본관 및 부속 건물 등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건물들이 지닌 역사적 의미에 의해 이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신축의 타당성부터가 근대문화유산의 보존등과 맞물려 많은 논란이 있었으며 이 터에 담긴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여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의해 현상공모에 제출된 응모작들에서 그러한 과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마당을 두어 장소성을 살리고 보행로를 두어 지역적 맥락성을 갖게 하는 방안이 보편적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준공된 당선작은 마당을 중심 개념으로 도입하고 건물 사이사이에 도서관 마당, 경복궁 마당, 전시마당 열린마당 미술관 마당, 종친부 마당의 명칭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그 마당들을 통해 이 터에 적층된 역사적 장소성을 보존하고 주변 가로와 연계시키려 했다. 또한 마당을 통해 이 터가 갖는 장소성과 기억을 은유적으로 재현하고 일상적 가로 행태 속에서 미술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 했다.

 

그런데 실제 구현된 마당들은 제시된 개념적 의미에 비해 전통 마당의 특질이나 미술관 내 각 전시 공간과의 연계가 원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전통 마당은 단지 비워진 외부가 아닌 일상적 삶의 행태적 연관성과 장소성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마당은 그러한 본래 의미를 충족이 아닌 그냥 오픈 스페이스에 가깝다. 경복궁 마당, 열린마당은 길의 확장 부분일 뿐이고 조경된 도서관 마당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으며 전시 마당은 지상접근로와 단절된 깊은 보이드 공간이다. 그리고 미술관 마당은 건물과의 연계성과 장소를 갖춰 가장 마당답게 구성되어 있지만 너른 바닥에 화강석이 포장되어 일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여백적으로 존재한다. 종친부 마당은 종친부 건물보다 지면이 높아 상호 관계가 불편하게 느껴지며 종친부 또한 오브제로 보일 뿐 역사성 체취가 크게 와 닿지 않고 새로 지은 미술관 건물들과 조응되지 못한 모습이다.

 

여기서 도입된 마당의 개념은 전통적 쓰임보다 여백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게 작용해 보인다. 건물 사이사이가 비워 있음으로서 과거 폐쇄적 장소로부터 쾌적한 개방 공간으로의 개선과 시각적 개방감을 주고 건물의 매스를 부각시켜 조형적으로 크게 와 닿게 하는 효과가 생긴다. 그리고 건물의 이용자들에게 전시 공간에 들어가기에 앞서 쾌적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설계자의 설명대로 이 건물은 튀는 디자인이 아니다. 조형을 의도하자 않은 채 섬처럼 곳곳에 배치해 놓으려 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처럼 소탈한 의도와 달리 실제로는 조형감이 크게 다가온다. 즉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건물의 매스가 빈 공허부 사이에서 공허부와 대비적으로 부각되어 드러난다. 특히 전통건축의 가와나 황토벽을 모티브로 제작해 사용한 테라코타는 곽인식, 이우환 등 모노파 화가들의 회화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각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여백은 빈 하얀 캔버스처럼 작품을 명료하게 느껴지게 한다.

 

본래 이 계획안에서 마당개념을 중시한 것은 분산된 전시공간 간의 매개를 원활히 하고 주변 가로와 원활히 연계되는 보행 공간을 갖춰 쾌적한 환경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마당은 당초 의도와 달리 전시 공간과의 연계가 원활하지 못하다. 여기서의 전시실 공간은 부피가 큰 빈 공간들이 배치도상의 도형대로 섬처럼 놓여 있고 관람 동선은 전시실을 거쳐 가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전시 작품과 장르의 다양성에 대비하려는 생각에서 커다랗게 구성한 전시실들은 빈 강당처럼 덩그렇게 비워진 느낌이며 너른 공간 내부의 놓인 기둥과 조도 확보를 위해 천정에 설치된 수많은 등들은 시각적 산만함을 불러온다.

 

이 미술관 건립의 성과는 역사적 장소성과 주변 가로와의 맥락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 쾌적한 도시 조직으로 탈바꿈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미술관의 프로그램과 건립 목표에 대한 검증은 다소 느슨한 듯하다. 하나의 미술관으로서 각각의 전시실은 분산과 독립성을 갖더라도 전체적 연계는 필수적이다. 한국미술의 역량을 담을 수 있는 국가 미술관의 수요에 맞게 때에 따라 전체 공간이 하나의 주제 목적으로 원활히 풀가동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140807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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