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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2014김종성건축상 수상작 - 현대카드 영등포사옥

작성자
김석환
작성일
2015.02.0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65
내용

현대 카드 사옥

모던의 정신과 하이테크한 장식성

 

최욱이 설계한 현대카드 영등포 사옥을 사진으로 처음 대했을 때 마치 초현실적인 작품 같은 인상을 느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마치 미스의 유리 마천루 계획안의 모형을 보는 듯 실재가 아닌 순수 조형물 같은 인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여기서 느껴지는 그러한 독특함은 이 건물을 만든 작가의 설계 의도에서 비롯됨을 이해 할 수 있다. 지명설계 때 안을 제출하면서 건축가는 개방성과 레이어,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성의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갖고 만들었다고 한다. 거기서 개방성과 레이어는 다름 아닌 이 건물의 건축주인 현대카드사의 사회적 관계성에서 도출된 것이었다. 즉 개방성은 불특정 다수를 차지하는 고객에 대한 열린 자세를 나타내고 레이어는 고객들의 다층적 스펙트럼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리고 아날로그적 감성은 장인의 손맛을 살리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그처럼 구상단계에서 설정된 의미들은 완성된 건물 여기저기에 드러나 있다.

이 건물에 들어서면서 가장 특징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투명한 개방감이다. 천정에서 바닥뿌리까지 전체가 오픈되어 있는 외벽 유리창 너머로 주변이 시원스레 바라보인다. 여기서의 그 개방감은 장소성의 형성에도 크게 기여한다. (수단이 되기도 한다.) 즉 개방성에 의해 주변과 소통되며 인근의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건물 안에서 바라보이는 주면 모습들은 그 풍경들을 직접 바라볼 때와 사뭇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즉 건물의 유리벽이 마치 박물관의 유리케이스처럼 작용하여 골동품처럼 유물적 감각으로 다가온다.

한편 이 곳의 공간감은 미스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 실험적으로 제시했던 공간 개념과 유사성이 느껴진다. 즉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가변적으로 구성된 간막이벽의 분리를 통해 최대한의 개방감을 확보했듯이 여기서도 자립적인 구조시스템에 의해 최대한의 개방감을 확보하고 있는데 구조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공간을 실현하고자했던 모더니즘 정신과 같은 맥락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러한 구조적 접근은 무주공간으로 처리한 상층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두번째 개념은 레이어이다. 건축가는 계획안을 만들면서 이 건물을 쓰게 될 현대카드사가 지니는 회사로서의 속성을 다층적 구조의 속성을 지닌 것으로 파악하고 그 특징을 건물의 인상에 표출하고자 레이어의 개념을 도입했다고 한다.

이 건물을 밖에서 바라볼 때 가장 특징적인 인상으로 다가오는 것은 유리로 된 수직 리브가 일정한 간격으로 돌출되어 형성된 외관이다. 즉 보통의 건물에서는 층고와 창의 배열에 의해 나타나는 일반적인 층의 구분이나 구조 모듈 등의 실물감각이 생기는데 비해 이 건물은 바깥쪽에 추가적으로 설치된 리브에 의해 그러한 인상과 다른 독특한 외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앞서 말한 레이어의 개념에 의해 파생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 건물만의 독별한 인상을 형성하는 주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얇은 유리벽으로 되어 있는 그 리브는 중간 중간 외팔보처럼 뻗어 나온 철 구조물에 지지된 채 일정한 간격으로 수직 띠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샌드블라스트 처리가 되어 마치 창호지 같은 불투명한 재질감을 띠고 있다. 하늘로 올려다볼 때 아스라이 허공으로 무한정 확산되어가는 인상을 띠어 보이는 리브의 수직선은 이우환의 선으로부터의 작품이 연상되며 그 자체가 모노크롬 회화와 같은 효과를 낳는다. 그리고 그 것을 옆에서 보면 우윳빛 유리가 마치 흰 광목천을 늘여 놓듯이 반투명의 물성을 띠며 마치 흰 섬유막이 겹쳐 내려쳐진 듯 보인다.

그러한 리브에 의해 풍겨나는 레이어의 인상은 마치 그 안에 다층적으로 형성된 색다른 공간구조를 이루고 있을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내부는 단일한 무주공간으로 되어 있어 리브와 연관된 공간적 층위는 단조로운 편이다. 설계자는 그 외부의 리브 구조를 빛을 조절하는 기능과 연계시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실제로 일정부분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필연적으로 부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즉 빛 환경이 다른 동쪽과 서쪽의 리브가 같고 수평방향의 차양이 없으며 창문마다 별도의 롤스크린이 설치되어 채광을 조절하고 있다. 그리고 더블스킨으로 된 북측은 코어로서 주요 거실이 아니어서 더블 스킨의 효과가 크지 않은 부분이며 역시 코어인 남측은 단순한 커튼월로 되어 있다.

작품설명서에는 그 외피에 대해 파사드는 형태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배경으로서 빛의 상황을 반영했으면 했다.” 고 했다. 하지만 주변 건물들과 사뭇 대비적인 이 건물의 인상은 건물 자체를 볼 때보다 멀리 본 풍경 속에 주변 건물과 함께 볼 때 더 돋보이게 된다. 그리고 더블스킨 처리된 북측면은 동서측 리브가 있는 벽면의 어휘와 변화를 보이면서 조형적 풍요로움을 띠게 한다.

건축가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것은 아날로그적 감정이다. 건축가는 디테일은 눈으로 봐서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오래되고 익숙한 재료를 정갈하게 사용하여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게 했다.”고 말하였다이것은 소위 손맛이라고 할 수 있는 의미를 띠고 있는데 1층 로비 바닥 마감이나 벽 부분의 인조석 씻어내기 등에서 그러한 방식을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작가가 말하는 것은 리브 부분으로 마치 수제화처럼 정교하게 다루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건물에 대한 아날로그적 해석은 확대 해석으로 들릴 수 있다. 이 건물의 매끈하고 정교한 이미지를 자아내는 재료와 구법은 하이테크 건축의 속성을 띠고 있고 이 건물 전체가 하이테크건축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통상 하이테크 건축물의 기계적 생산과정에도 손의 쓰임이 작용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모두를 아날로그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건물은 실험성과 장인정신이 베어난다. 설정한 건축 개념이 실현 과정에서 공간의 성격에 따라 쓰여진 재료들을 공예품을 제작하듯 물성 등을 꼼꼼히 다루고 있으며 많은 부분 효과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리브의 실제적인 기능성은 세밀히 검증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며 이미지 표출로서의 장식성이 더 크게 다가온다.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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