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Essay

제목

전곡선사박물관

작성자
김석환
작성일
2014.05.2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77
내용

전곡선사유적박물관

원시적 건축 감각의 개념과 실체

 

특별한 프로젝트

이 박물관의 건립 배경이 된 전곡리 선사유적은 1978년 한탄강변에서 미군 병사 그렉 보윈이 구석기시대 석기들을 발견해 당시 서울대박물관 김원룡 관장에게 신고함으로써 알려졌으며, 이 주먹도끼가 이른바 아슐리안형이라는 사실을 영남대 정영화 교수가 학계에 보고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 발견으로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아시아지역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던 할렘 모비우스의 학설이 깨지게 되었고 그로써 아시아 지역의 선사 문화가 유럽, 아프리카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서구 학자들의 편견을 뒤엎게 되었다. 모비우스는 세계 전기 구석기문화가 유럽 아프리카의 아슐리안 문화전통과 동아시아 지역의 찍개문화전통으로 나누어진다고 보았다. 기존에 발견된 동아시아 지역의 구석기 시대 석기는 대두분 모루떼기법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여기서의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은 세계 고고학계의 대 사건이 됐고 전곡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선사유적지중 하나로 자리매김 되었다.

전곡리 선사유적은 7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등장한 최초의 유원인으로부터 진화해 온 현생 인류와 다른 인류의 조상이 살았던 흔적으로써 그만큼 특별함을 갖고 있다. 학계는 이 유적의 최초 연대를 30만 년 전쯤으로 추정하는데 그 시기는 약 15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탄생한 현생 인류가 등장하기 전이다.

이 박물관의 건립에는 이 유적의 고고학적 위상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부지면적 72599M2 연면적 5350M2 규모의 전곡선사박물관의 설계는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는데 48개국에서 346개 작품이 공모에 참여했으며 프랑스 X-TU사의 니컬러스 데마르지에르의 안이 당선되었다. 당선 안은 특별한 접근 방식으로 현상설계 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상징성과 주변 환경의 조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개념과 감각

전곡선사박물관은 유적 발굴지 위에 세워져서인지 주변의 땅이 모두 태초의 체취로 다가온다. 바로 옆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었을 한탄강이 흐르고 유적이 발굴된 그 터의 현장감은 수십만 년 전의 삶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채취를 느끼게 한다.

이 계획안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대지의 해석이다. 설계자는 원래 있던 협곡지형에 주목했다. 큰 계곡은 아니지만 양편의 능선 사이에 낮게 굴곡진 그 지형 상황을 건축 개념으로 연계시켰다. 설계자는 선사시대 체취를 간직하기 위해 지형의 변형이나 절개를 최소화 하고 원래의 지형에 원시 생명체가 기어가듯 지반에 얹혀 보이게 했다. 그리고 내외부의 동선이 원래 지형을 오르내리 듯 하게 순환 동선을 이루어 놓았다. 선사인 들이 이곳에서 땅을 오가며 활동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계곡을 지나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처리하였다. 그리고 건물은 단지 언덕을 이루어 놓은 것처럼 하여 건물의 지붕을 산책로로 지반과 연결시켜 놓았고 각층 레벨에 따라 다양한 시선을 갖게 했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자연스러움이라고 할 수 있다. 대지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을 통해 건축과 자연 지형의 유기적 일체감 등을 지향하고 있다. 선사시대 삶터에 무엇인가 짓고자 하면서 그 바탕이 되는 선사시대의 역사적 맥락을 띠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건물의 곡면 형태는 원시 생명체의 형태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부정형성은 자연 발생적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다.

현상설계 때 제출된 안은 가운데가 트인 자연둔덕을 연결해 뱀을 형상화한 곡면형 외관을 갖추고 있다. 뱀은 인류 출현 훨씬 이전인 15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아서 원시 생명체를 의미한다그리고 두께 3mm 스테인레스 강판이 외피 주변 자연을 반사시켜 자연과 일체감을 형성하도록 했고 미끈한 뱀의 비늘과 같은 느낌이 나도록 미끈한 재질감을 살리고 표피를 원형 구멍 모양의 패턴으로 처리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곡선사박물관은 선사 유적지의 현장성과 어울리는 건물이 되게 하기 위한 개념 설정이 되어 있다. 이 건물의 비정형성은 건축이 태동하기 전의 동굴 같은 자연 상태의 의미로 해석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비형식성이 그 시대 원초성을 상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보여지는 그러한 인상은 가공된 자연 이미지로 드러나 있다. 비정형의 형상을 원시성과 결부시킨 개념에 의해 설계되었고 완공 후 물질로 드러난 것은 이 시대 재료와 기술을 사용해 실현된 감각이 실제적인 인상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존재하는 것은 현대적 매끈한 표피의 세련된 감각이며 선사 일류가 살았던 자연적 원시성은 상상을 통해 유추될 뿐이다. 문명 이전 단계의 원초성의 개념으로부터 시작하여 결국은 현대 첨단기술의 건축이 되었다. 매끈한 표피는 하이테크한 오늘날의 건조물을 상징 하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완공된 건물의 외부 인상은 개념적 일치감이 느껴지는데 비해 동굴 개념을 도입한 내부에서는 개념의 구현성이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특히 전시물에 의해 표출되는 인상이 개념적 특별함보다 그냥 일반적인 전시실 분위기에 장식성을 가한 것 같은 느낌을 느끼게 한다.

형상적 자연스러움은 원시적 무정형성을 상징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공을 통한 자연의 인상을 만드는 일이라는 역설이 있다. 원시는 자연 그대로지만 이 시대 원시성의 재현은 가공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움을 나타내기 위해 매우 복잡한 구조물로 건조되는 과정이 따르고 결국 상징적 의미만을 띨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곡선사박물관은 시대성과 주제 그리고 장소성을 훌륭하게 해석하였고 선사시대 일상적 풍경을 해치지 않는 평화로움과 즐거움을 만나게 한다.

(김석환)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