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좋은곳 고쳐쓰기
2013년 10월 6일부터 선유도 공원 내에 있는 선유도이야기 1층에서 재개관 첫 번째 초대전으로 ‘좋은 곳, 고쳐 쓰기’ 라는 제목의 서울의 공공장소들을 디자인하는 젊은 건축가들과 조경가들이 설계한 “시민이 행복해하는 서울의 공공장소 열여덟 곳”을 전시하고 있다.
이 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김정주+윤웅원의 한강 나들목 구암/ 김창균의 남산 야외 식물원 화장실 리모델링과 서울시립대 휴게‘hole'/ 김한중+홍택의 한강 나들목 신천, 한강 나들목 여의도/ 박승진의 꿈마루 정원/ 박윤진+김정윤의 양화 한강 공원/ 신승수+임상진+최재원의 문정동 공공 원룸 주택/ 신혜원의 한강나들목 성산, 반포 안내센터, 신반포/ 유승용의 감각대화 복합체 ’복실이’/ 이소진의 윤동주 문학관, 한강 나들목 마포 종점/ 위진복의 영등포 쪽방촌 임시 거주 시설/ 정옥주의 시립 지적 장애인 복지관, 남부 종합 복지관 정원/ 장영철, 전숙희의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최상기의 문화역 서울 284 복원 전시실 등이다.
전시를 주최한 서울시 푸른도시국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측은 선유도 이야기 재개관을 맞아 좋은 장소란 어딴 곳일까요? 라고 반문하면서 정작 우리가 나날이 걷고 거닐고, 쉬었다 지나는 곳들이 새로 지은 큰 건물과 다시 포장한 도로 휘황찬란한 조명과 카페들이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기분을 사로잡으려고 갖은 힘을 쓰는 사이”에 뒷전으로 밀려나 버리기 쉬운 상황에서 “항상 한 켠에 조용하지만 한결같은 이런 자리에 우리의 작고 빛나는 이야기들이 돋아”나는 작품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눈에 번쩍 띄지 않지만 익숙하고 오랜 공간들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이들의 노고를 알리고자 했다.
여기 모은 서울의 공공장소들은 되도록 작게 하려고 노력한 흔적들로, 있던 공간을 고치거나 현재 재료들을 재활용해 자연을 아끼고 비용을 절감하면서 “우리 모두의 장소, 우리가 함께 쓰는 더 없이 커지는 곳”으로 탈바꿈 시켜놓은 모습이다. 이번 전시 작품들 가운데는 한강변을 따라 지나는 도로로 끊긴 동선을 연결하기 위해 설치한 통로인 ‘한강 나들목’ 들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전시 작품중에는 평소 좁고 칙칙한 인상으로 다가오기 쉬웠던 그 시설들을, 세련된 공간과 조형감각을 살려 발랄하고 즐거운 나들목길로 느껴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저가 예산으로 지은 ‘쪽방촌 주택 개조 사업’은 공사기간은 2개월이지만 설계기간은 10개월이나 되었는데 저렴한 건축일수록 면밀한 설계의 긴요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선유도 공원은 이번 전시의 기획, 진행을 맡은 조성룡+도시건축이 한강 정수장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공공장소 개선사업의 시범적인 장소여서 전시 의미가 더욱 가까이 느껴진다. 또한 근래 건축계가 전반적으로 작품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크지 않은 일들이지만 열정을 기울여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노력들이 값지게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공의 장소는 개인이 애착을 갖고 가꾸려는 개인 공간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로써 그 의미가 더 크다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지자체 등에서 도시 공공 공간에 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점차 그 개선 의욕을 높여가고 있으며 시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그런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곁에 더 많은 매력적인 도시 공간들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일상에서 대하는 모든 공공장소가 정겨운 공간이 되어 우리의 삶이 한층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모든 건축가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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