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열림과 움츠림의 혼재
열림
이 건물은 주도로에서 볼 때 커다란 날개가 펼쳐진 듯, 공중에 떠 보이는 캐노피가 인상적이다. 학교 교정을 오가던 발걸음이나 대각선 맞은편 분수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곳에 위치한 그것은 마치 한 여름날 사람들이 노거수(老巨樹)의 시원한 그늘 아래로 모여들듯 교정을 오가는 사람들을 먼 곳으로부터 불러 모아 건물 안으로 인도하는 흡입구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그 캐노피는 상징체 같은 역할을 할 뿐 입구로 다가온 사람들의 발길은 한 곳으로 모여지지 않고 그 곳으로부터 각기 다른 장소로 도달하는 여러 갈래의 동선으로 나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각각의 분산된 동선은 현관으로 들어선 내부 통로와 매스 사이로 통하는 외부의 길에 의해 각각의 시설로 드나들게 되는데 그 흐름은 우측 매스 현관을 통해 내부 동선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캐노피 앞쪽으로 다가가 좌측으로 꺾여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동아리 블록으로 이어지는 흐름, 그리고 캐노피 안쪽 매스 사이에서 지하층까지 연결되는 사잇길과 같은 동선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실이나 방들은 길에 면하는 구조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한 양상은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이전에 인사동에 지은 ‘쌈지길’과 같은 맥락으로 느껴진다. 그 건물은 장소적 맥락에서 전통 가로로부터 건물의 각 층에 통로까지 연결된 길의 순환적 흐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되어 있는데, 여기서도 건물 전체를 보행가로를 걷듯이 열려진 통로를 이동하며 각각의 실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흩어진 듯 놓인 시설들은 독립적이며 개방적이다.
그리고 도시 가로에서 길의 구조로부터 다양한 도시 표정이 형성되듯 이곳에서도 다양한 건축적 풍경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건축적 조형에 무관심 하듯 하면서 더 풍요로운 감각을 생성케 되었다. 깊은 마당 같은 빈 공간을 에워싸듯 바라보며 돌아 들어가는 경사로의 이동은 보행의 즐거운 기분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어디론가 가고 싶은 산책길과 같은 길로 만나는 식당과 편의점 등 적절히 물성이 투사된 실들이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통로 외벽을 커튼월로 처리하면서 그 내부의 구조체를 세장한 강구조로 하여 경쾌함을 살리고 있다. 또한 썬큰 마당의 식물 넝쿨이 타오르는 철선에 이르기까지 건축가의 섬세한 손길이 베인 충실한 모습이 살가움을 유발한다.
움츠림
숭실대는 둥작동 국립묘지가 있는 산세에 면해 있다. 상도동 등 그 인근 지역의 건물들은 그러한 산지형 입지 조건에 의해 경사지를 절개해 축대를 형성하며 건축된 것들이 많다. 그리고 숭실대 캠퍼스 내에서도 그러한 지형이 반영되어 많은 단차를 이루고 있는데 그 안의 건축은 마치 지형의 극복 과정처럼 보인다. 주입구에서 기독교 기념관 앞까지 오르는 보행 공간은 그 지형과 적절한 관계를 갖게 하기 위해 갖가지 램프 게단 옹벽 등이 설치되어 있다.
새로 지은 학생회관 또한 기존의 지형과 장소에 세팅되듯 놓여 있다. 기존의 운동장과 그 주변 언덕을 부지로 사용하면서 그 운동장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학생회관이나 운동장이 모두 실내와 실외에서 학생들 위주로 이용하는 시설인 점에 비추어 그러한 공존의 설정은 일견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공존과 지형 조건에 순응한 미덕은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제약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게 된 측면도 있다. 우선 축구장의 크기와 질서가 건물의 크기와 윤곽을 확정 짓게 되어 있음으로써 학교 내 다른 시설들에 비해 과도하게 늘여진 측면이 있다. 안쪽의 국제 규격의 축구장을 확보하고 그와 일체화하다보니 실의 조절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운동장을 안쪽에 담아두듯 한 전체의 배치 윤곽은 건물의 활달하게 열린 구조와 대조적으로 움츠린 인상을 파생케 했다. 지형 차이에 의해 남동쪽이 막혀 있고 북측은 스텐드로 되어 있다. 도로 레벨과 3개층 정도 차이가 난다. 지상의 진입부는 광장에 면해진 모습이지만 그 하층부는 높은 축대 아래로 들어서게 되면서 지하층아 아닌데도 지하로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건축가는 그러한 인상을 해소하기 위해 동아리 블록 남측은 높은 축대와 건물 사이는 썬큰을 형성하여 그에 면한 실내에 빛을 충분히 유입되게 했다. 그리고 그 축대를 돌망태 쌓기로 마감하여 물성의 감각을 살리고 도로와 건물을 계단형 브리지로 연결하여 건너다닐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중복도의 구조와 운동장측 외벽을 베이스 판낼로 된 루버를 덧붙임으로써 폐쇄적인 느낌과 함께 마치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볼의 파괴력을 의식해 긴장하며 움츠린 표정이 베이게 되었다.
맺으며
이 건물은 기존 운동장이 갖고 있던 장소성과 지형적 맥락을 유지하려는 자세로 출발한 점이 덕목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 배경에는 발주자 측에서 운동장 부지와 그 주변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욕구가 작용해 보인다. 운동장 주위의 자투리 같은 부지를 활용해 건물을 지으면서도 기존의 운동장을 그대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의욕이 드리워져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이것저것 다 충족되기를 바라며 건축가에게 묘수풀이를 기대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러한 의욕은 결국 불완전한 결말을 비켜갈 수 없는 상황을 잉태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동아리동 지붕은 운동장 쪽으로 경사지게 하여 관중석을 설치했으나 운동장과의 이격 거리가 좁기 때문에 그 좌석에서 그라운드 전체를 볼 수 없는데, 그 같은 면들이 운동장과 건물 공히 서로에 대해 불완전한 결합의 느낌을 베이게 한다.
일견 운동장의 배치 구조가 건물의 짓기 이전과 같아 보임으로써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은 것처럼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연 지반의 언덕에 자라던 큰 나무 숲과 그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운동장을 바라보던 시원함 같은 과거의 기억과 체취가 사리지고 과거와 단절된 채 세련됨이 돋보여지는 건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 세련된 변모 뒤에 서먹함이 감도는 모습이다.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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