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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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계걷기기획4
지속되지 않는 삶터와 불안정한 현대인의 정주처
근래 지속 가능성이 화두이다. 그런데 그 말이 강조 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현대 도시가 지속적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크게는 산업화 이후 인류가 사용해온 석유등의 에너지 자원 한계와 그 사용에 따른 온실 가스 배출로 그 에너지를 이용한 도시 가동 동력과 지구 환경이 위협 받는 상황이며 다른 하나는 급격한 도시 개발과 재건축 등에 의해 사람들의 삶터가 지속되지 못하는 점이다.
과거 인류의 삶터는 한번 깃든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역사와 전통을 이루며 지속되어 왔다. 한 예로 조선시대에 전기에 형성된 양동마을이나 하회마을 등, 우리의 전통 마을에서는 세월을 거슬러 선조들이 살았던 삶의 체취와 시대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늘 변치 않은 채 세월의 켜가 쌓여가고 있다는 믿음을 지녀 왔다.
그에 비해 우리가 사는 현대의 도시들은 지난 몇 십년동안 구조와 모습이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현대 도시들은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곳으로 인식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처럼 인식하게 된 데는 지나온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을 자산 가치 상승의 기회로 여겨 거주자들 스스로 추진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곤 했다. 그래서 재건축의 경우 멀쩡해 보이는 건물도 구조 안전 진단 결과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길 바라곤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발생되는 도시구조 및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져 오지 않았다.
그처럼 개발 열기에 쌓여 큰 문제의식 없이 진행돼온 기존 정주처의 망실과 급격한 개조는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그에 관해 꼽아보면 먼저 역사 문화적 단절이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재건축 등이 낙후한 건물을 없애고 도시 미관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만을 해 오면서 그로 인한 역사문화적 자산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손실은 의식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세계의 유명한 관광 도시들이 관심을 자아내는 것은 저마다의 도시가 도시 가로와 건물 등에서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풍기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을 감안하면 기존 도시 풍경을 깡그리 부수고 개조하는 지금의 개발 방식은 도시가 가진 역사적 자원을 스스로 망실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꼽을 수 있는 문제점은 정주처의 상실에 관한 의미이다. 아무리 초라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의 삶이 형성돼온 마을과 공간들은 모두에게 자신의 정체성 형성과 관련된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사람들이 고향을 소중히 의식하는 것과도 같은 의미이다. 그처럼 사회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정주처에 관해 지닌 기억과 애착은 사회가 함부로 망실해선 안 될 부분일 것이다. 사람들이 때로 역사적 위인이나 문호의 생가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은 그 삶의 자취를 통해 좀 더 실제적으로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개개인의 삶이 깃든 기존의 삶터를 개발 논리를 앞세워 문제의식 없이 파헤치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삶의 역정을 가볍게 여기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경계를 지나면서 여러 곳에서 목격한 “내 고향에서 그대로 살고 싶다”는 프랑카드에서 어떤 절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진행된 도시 개발 과정 속에는 어느 한 지역으로부터 시작된 거주 정책이 시간을 두고 계속해서 파급돼온 면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업 시행 단계에서부터 모순과 갈등이 잠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난곡동이나 백사마을 등은 도심지 무허가 건물의 철거시 그 주민들의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면서 형성되었다. 그 때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로 산지에 그들의 거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도시로부터 무관한 듯한 지역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도시영역의 확산으로 도시 내에 위치하게 되어 열악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자 다시 그 해결을 위해 재건축을 추진하였다. 그런데 재건축한 입주비가 원래 거주자의 형편과 맞지 않음으로써 재정착율이 떨어져 그 곳으로 이주해왔던 주민들은 다시 삶터를 잃고 마는 결과가 되었다. 지난번 난곡동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이전의 ‘판자촌’에 살았던 주민이 인근 야산에서 그 곳에 살았던 시절의 회상에 잠긴 채 하염없이 바라보던 모습이 보였다.
근래 들어 정주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다. 재건축 추진이 해당 지역 거주민의 반대로 무산된 사례들은 그러한 경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가 점차 중요시 돼온 흐름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또한 떠돌 듯 살아왔던 잣은 이주의 경험으로부터 자신의 삶의 자취를 모두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이 느껴지고 그러한 시대상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사람들도 많은 듯하다. 그리고 추억이 베인 삶터에 지속적으로 살아가면서 이웃과의 유대감을 나누는 것이 도시인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식도 커져가고 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개인의 삶의 기억이 보존된 도시를 가꾸어가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전면 재개발 방식은 제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분적인 개조와 재생 방향으로 전환하여 점차 역사의 켜가 쌓여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역사, 문화, 환경이 어우러지고 미래가 담길 수 있는 도시전체의 상을 지향하는 가운데 각 부분이 자생적으로 고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구조적 바탕을 정립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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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환
좋은 여행을 다녀 오셨군요. 말씀을 들으니 평온한 아름다움의 정경이 느껴집니다. 통찰력을 지닌 문인이시라 더 많은 것을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15 년전 -
박길순
맞습니다. 저도 지난 번 중국여행을 갔다가 묘족들이 살고 있는 곳에 간 적이 있는데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어 살아가는 그곳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거기로 많이 모여든다는 말을 듣고 과연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네에서에 들어서자 처음 가 본 곳인데도 너무나 평온하고 안락하여 마치 나의 안식처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요.
15 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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