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庚寅년 새해를 맞으며
다시 새해가 되었다. 방송 등에서는 연말연초 사이에 연예대상이나 해맞이 행사에 초점을 두어 시청자들에게 조금은 들뜬 분위기에 사로잡히게 하지만 나로서는 세월 값을 못한 채 한해를 보낸 것처럼 스스로 면목 없어진다. 옛날에는 새해가 되는 것이 마치 감격스런 일인양 느껴진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해가 바뀔 때마다 헛되이 세월만 축내고 있는 양 마음이 무거워진다.
또 세월은 어찌도 빠르게 느껴지는지 앞으로 인생에서 내가 활기 있게 활동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문득 생각을 갖게 될 때가 있다. 조급해 할 것까지야 없지만 만족할 만큼 제대로 된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 뿐 아니라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이 되는 듯하다.
어렸을 적 기억에도 어른들은 명절 같은 어떤 날이 닥치거나 해가 바뀌는 것을 반겨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명절 같은 날에는 신경을 더 쓰게 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더 하게 되는 듯 했다.
지금은 시간이 빨리 느껴져서 불안하지만 시간이 더디 느껴져서 빨리 흐르기를 기다린 시절도 있었다. 나이가 적을 때는 늘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랐었다. 소풍날이나 명절이 빨리 되기를 바랐고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 간섭 받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바랐고 자격시험에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때가 빨리 오기를 바랐다. 그리고 독립적으로 일 할 수 있기 바라며 그 때가 빨리 오기를 바랐다.
인생에서 시간의 끝은 죽음에 이른다. 나이를 의식한다는 것은 그 거리가 좁혀지는 것에 대한 생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은 그냥 맞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리를 하고 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분으로부터 평소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는 강의를 들은 일이 있다. 그 말은 살아오면서 남에게 잘못한 일이나 마음의 빛 등을 미리미리 정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든 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지나온 삶 중에 잘못 한 일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새해를 돌아보면서 재작년 아는 분에게 실례를 범했던 일이 후회스러워 새해 첫날 사과 메일을 드렸다. 그랬는데 바로 다음 날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답장을 보내 주셨다. 그 메일을 받으니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이 맑아진 듯 했다.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란게 있다. 작년에 불의에 생긴 병으로 아들을 잃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처음엔 원통함과 좌절감에 스스로를 가늠하지 못할 지경이었는데 자신보다 더한 남의 불행을 의식하고, 아직 자신에게 남아 있는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긍적적인 사고로 돌아서고 다시 삶의 활력을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새해에 받은 다른 메일에는 “인생이 두렵다면 꿈을 하나 만들고 내일이 두렵다면 계획을 세우고 미래가 두렵다면 실천을 하라” 는 말이 쓰여 있었다. 그 말도 새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좋은 마음의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했다. 삶의 자세는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길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조급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시절이라고 해도 가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고 지혜가 담긴 말들을 접하며 마음의 양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벌써’와 ‘아직’ 이라고 하는 마음가짐이 다르고 그에 따라 삶의 여유가 달라질 수 있다. 시간이 간다는 것에 미련과 아쉬움으로 움츠려 들지 말고 미련 없이 다 쏟고 간다고 생각하고 삶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속에서도 햇살은 길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멈추고 잠 든 것 같은 계절이지만 추위 속에서도 한 낯에는 햇살의 기운으로 눈이 녹는다. 그리고 겨울 햇살은 벌써 생명에 기운을 불어 넣고 있다. 그 생명력으로 다시 녹음이 무성해지고 틈실한 열매가 맺힐 때가 오게 된다. 그 자연의 섭리가 그치지 않는 한 미래의 말에는 언제나 희망이 담겨 있을 것이다.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