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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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계 걷기3 --- 역동하는 도시구조의 변화
서울주변의 광역 구조화에 따른 정체성의 혼재 양상
사람들은 어느 도시에 대해 그만의 인상을 갖고 있다. 그것을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입지, 규모, 역사, 문화, 산업 등이 반영되어 형성된 도시 나름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서울에 온 외국인들은 국적 없는 현대 건물들이 즐비하여 지역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하지만 자연 지형 및 역사문화 유산이 어우러진 모습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서울은 생성단계로부터 현재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 조선의 태조 이셩계가 1394년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 후 도성 및 성저십리를 한성부의 행정구역으로 확정했을 당시의 도성 면적은 약 16.5km2였던데 비해 현재는 605.4km2가 되었고 인구는 10만정도에서 가장 최근 통계로는 1,050만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서울의 600년 사이의 그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우여 곡절도 많았다. 임진왜란이나 6.25 등 전란을 겪으며 피폐되어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때도 있었고 특히 일제 강점기 때는 조선의 정체성을 흐리려는 의도로 한성부를 해체하고 경성부로 개칭하면서 면적을 축소했던 때도 있었다. 또한 행정적 지위도 변화시켜 경기도에 편입되기도 했으며 서울의 명칭도 많이 변하여 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도 서울이 현재 같은 광역도시로서 역사적 맥락과 조화를 이루어 도시의 질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도시를 지도 형상이 아닌 활동성으로 파악한다면 도시란 늘 변화되고 있어서 고정된 실체를 지닐 수 없다. 그것은 생활양상 뿐 아니라 시가지 확산이나 내부에서의 밀도나 인프라의 변화, 그리고 각종 변화에 대처하여 도시기능의 원활성을 기하기 위한 개선노력 등과 맞물려 끊임없이 변화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도시 변화는 그러한 내부적 요인뿐 아니라 인근 도시와의 관계나 그 지역의 위상 변화 등, 외부적 요인도 작용한다.
그런데 도시 내부에서의 변화는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진행되는 특성이 있는 반면 외부적 요인은 인접지역에 혼란스런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어느 시의 일부가 인근 지역의 영향으로 불안정한 구조로 변할 염려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외부에서 제기된 힘이 고유의 정체성을 깨뜨릴 만큼 커짐으로써 도시 구조에 예기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사이 가장 특기할 만한 사항은 서울 외곽에 형성된 외곽순환도로 체계의 영향이다. 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하려는 발상은 원래 서울 혹은 주변도시에서 서울 내부를 지나지 않고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고자 하여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동된 이후 당초 예기치 않았던 새로운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즉 고양이나 별내 신도시처럼 그것을 인프라로 삼아 새로운 도시들을 건설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의 연접 효과를 기대한 인근 도시는 계속해서 늘어날 추세이다.
그동안에도 분당, 평촌 등 서울 인근의 도시의 상당수는 서울 등 수도권 인구의 주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위성도시 건설로 진행되었고 기타 기존 도시들도 도시 규모가 확대 되었다. 그런데 그 주변 도시들이 서울에 대한 의존적 관계를 지니고 있으면서 상호 연계의 필요에 의해 교통 수요가 가중되어 왔다.
그런데 서울의 외곽 순환도로 등에 도시가 강낭콩의 뿌리혹처럼 자꾸만 추가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즉 광역 교통망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자 했던 당초의 역할이 과포화로 인해 무력화되고 그것을 토대로 계획된 일들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서울 및 주변 도시로의 연계와 원활성이 더 멀어질 수 있다.
또한 향후 서울의 도시 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도시 경계지대에서의 도시적 혼재 양상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송파 위례신도시는 행정 영역이 다른 상황에서 구조적으로 연결되게 되어 있음으로서 그에 따른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지리상으로는 하나의 도시이면서 행정적으로 구분된 상황이 생긴다. 그 경우 같은 생활권에 속하면서 지역 명칭이나 소속이 다르고, 행정적 제도적 적용이 다르게 된다, 그런데 도시의 속성상으로 보면 행정적 구분보다 생활권이 더 도시구조의 본질적 요인이기 때문에 생활권이 같으면서 행적 구역의 차이만 있게 될 경우 기존의 행정지역을 해체하려는 의지가 생기게 되어 더 큰 혼란이 대두될 수 있다.
도시에 지역적 정체성이 필요한 이유는 역사적 맥락, 풍습, 문화 등을 함양하고 행정능률을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란 본래 하나의 지역 공동체적 구심체로 형성되어 온 것이지 어느 지역의 면적을 산술적으로 합하여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을 통해 형성되어진 저마다의 독특함이 바탕에 있는 것이고 그것이 지역 공동체로서의 실체적 표상이 된다. 그런데 경계가 맞닿아져서 서로 다른 지역성이 혼재되면 각각의 정체성과 애매해질 뿐 아니라 괴리도 생기게 된다. 서울을 세계에 자랑하게 된 것은 문화적 힘이 크며 발전 동력도 그에 바탕한다. 따라서 그것을 형성해 온 지리와 역사적 정체성이 지켜지는 가운데 지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0910글 게재 091201 건축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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