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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09 서울경계걷기기획2 자연유산에대한감사와우려

작성자
김석환
작성일
2009.11.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320
내용

서울경계걷기기획2 - 자연유산에 대한 감사와 우려

서울(옛 한양)은 조선이 풍수지리상 가장 이상적인 새 도읍지를 물색해 정했던 만큼 빼어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즉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북악산, 인왕산, 남산, 낙산의 내사산과, 외사산인 삼각산(북한산), 덕양산, 관악산, 용마산이 겹겹이 둘러친 산세와 한강의 호방한 물줄기가 어우러진 명당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명산으로 꼽히는 북한산을 영역 안에 두고 있는 서울 사람들은 큰 축복으로 여길만하다.

역사 기록을 보면 과거 선조들도 서울 주변의 산수의 풍치를 찾아 휴식을 즐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 예로 조선시대 선비나 관원들이 지금의 합정역 부근에 있던 선유봉에서 산수가 어우러진 풍광을 감상하며 모임을 가졌던 것을 묘사한 계회도가 여럿 남아 있고, 도봉산 계곡에도 선비들이 찾아들었던 자취들이 남아 있다.

서울의 영역은 당초 내사산(內四山)을 이어 둘러친 도성과 그 밖 십리(城底十里)의 영역으로부터 현재 외사산(外四山)을 둘러친 곳까지 점차 확산되어 왔다. 그리고 도심을 감싸 안은 그 지형과 수계는 서울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이루는 요인으로써 과거 한양의 입지조건이 그 이후 변모된 도시 조직의 근간으로도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정체성을 이루는 그러한 자연 조건은 세계가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오늘날 도시의 건강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즉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은 도시 문명의 오염을 정화시켜줄 뿐 아니라 도시인들의 심신의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근래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경계지대에 있는 산들은 빼어난 산세와 거리가 가까운 잇점까지 더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품을 찾아 쉬어 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등산 인구는 1,5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그처럼 등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돈이 적게 들고 간편하며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산은 주말이면 5만명 이상이 찾고 있는데 점차 가족단위의 산행이 느는 추세이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산에 오는 이유로 대부분 심신 회복과 건강을 들었다. 양천구에 사는 이상천 씨는 산에 가면 심신 단련도 목적이지만 스트레스가 풀리고 새 주에 일을 시작할 때 능률도 오른다고 했다. 관악산에서 만난 김영표씨는 집에 있으면 빈둥빈둥 시간만 보내게 되지만 산에 오면 맑은 공기도 쏘이고 머리도 식히며 새로운 기운을 충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 가운데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불치병을 앓다가 산을 다닌 후로 다 나았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서울 경계의 산은 각자의 교통 사정과 기호에 따라 즐겨 찾는 곳도 각기 다른 듯 했다. 수락산이 전철역에서 가까워 많이 찾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봉산능선에서 만난 사람은 멀리 갈 것 없이 뒷동산처럼 가까이 있는 산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리고 산과 강이 어우러진 조망이 좋은 아차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능선을 산보하듯 오가며 내려보이는 한강의 정취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같은 서울의 자연은 먼 후손들까지 그 혜택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게 오래오래 잘 보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것을 위협하는 여러가지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을 원인별로 꼽아 보면 먼저 개발의 확산에 따른 변모를 들 수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아차산에서 보이는 한강 상류쪽은 자연스런 풍경이었는데 최근 한강 인근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교량이 건설중이어서 그 느낌이 변해 있었다. 그리고 하남시 등 그 상류 지역 주변 도시들에 개발 열기가 점차 높아가고 있는 추세여서 자연스런 풍광을 잃게 될 우려가 커져 있었다.

그 다음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섣부른 정책 추진에 의한 훼손되는 요인도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지역은 개발 행위가 금지된 지역이지만 관할구청에서는 생태 공원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며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사례로 강북구에서 조성한 생태 공원은 자연지형을 파헤치고 커다란 조경석을 들여와 축대를 쌓고 바닥을 덮어 놓았는데, 거기서 만난 한 주민은 공사하기 전에는 가재도 있고 계곡물도 졸졸 운치 있게 흘렀는데 공사를 해서 다 망쳐 놓았다고 하면서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서울의 각 구에서 행해지는 그러한 사업들로 인해 파괴되는 면적을 합치면 엄청날 것 같았다. 그리고 불암산처럼 산의 정상부까지 데크나 철계단 등을 가설하기 위해 암반을 깍아내면서 자연이 훼손되는 곳도 많다. 도시숲 조성사업은 산림청이 지난해부터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각 지자체에 예산 50%를 지원해 주고 있는 특별회계 사업인데 돈을 들여 오히려 자연을 훼손하는 결과가 되는 실정이다.

과거 자연을 존중한 동양 사상의 전통에서는 인위의 손길을 최대한 자제해 왔으나 근대 과학문명의 바탕에서 출발된 현대 도시는 자연을 무한정 이용하고 개발하려는 욕망이 도사려 있다. 하지만 도시의 자연은 한번 망가지고 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자연으로 인식하지 않고 개발가치만을 높이고자 하여 회복할 길이 없게 된다. 인류가 뒤늦게 개발의 폐해를 깨닫고 환경문제를 당면 과제로 삼게 된 마당에, 자연은 후손으로부터 잠시 빌린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서울을 둘러싼 자연의 가치를 인식해 확실한 보존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서울 외곽의 자연은 도시로서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가장 큰 자산일 것이다.
(090916건축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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