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서울경계걷기기획1 - 폐기물의 불완전한 순환
서울 외곽을 걸으면서 평소 잘 보지 못했던 페기물 문제를 접하게 되었다. 도시란 상하수도, 교통, 생활 필수품의 공급과 생활폐기물 처리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순환구조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으면 도시 기능은 마비되어 도시생활의 영위가 곤란해지게 된다. 페기물의 발생은 도시 문명 생활을 누리는 댓가의 지불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산업 사회 이전의 인류의 삶은 그러한 인공적 순환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 순환계 안에서 순환되었다. 하지만 문명에 의존하는 도시는 인위적으로 작동되어지고 그 작동으로 발생되는 생활 폐기물 또한 기계적 처리에 의해 다루어야 하는 상황이다.
분업화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기가 무관한 일에 대해 특정 담당 분야가 있어 어딘가에서 잘 처리 되리라 막연히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폐기물 처리시설을 빈번히 목격하면서 그 서설에서 과연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러한 폐기물 처리 시설들은 수색역 부근, 계화산 주변, 외발산동, 장지동 외곽, 율현동, 신내동 주변 등 주로 외곽 경계지대 녹지 지대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쾌적한 자연환경을 상상하며 걷던 외곽에서 그러한 시설을 많이 접하게 된 것은 사람들이 외곽을 사각지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 때 그 시설들을 보면서 가졌던 의문들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시각적 혐오감을 유발하는 문제이다. 오수 및 하수 시설이 지하에 매설된 배관에 의해 눈에 띠지 않게 처리되는데 비해 폐기물은 눈에 뜨일 뿐 아니라 어딘가를 다시 점유하게 됨으로써 원래의 자연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곳들은 평소 주변 사람들의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방치되는 측면이 있다. 개화산 주변은 당초 도시 공간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하려 한 듯 하지만 새로운 고가 도로가 가설됨으로써 그 곳을 오가는 사람의 눈에 뜨이고 그 것이 서울의 도시 인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둘째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실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계화산에서 목격한 바로는 페기물과 일반 쓰레기가 섞여 있는 것을 포크레인으로 뒤섞고 있었는데 그것이 제대로 된 재처리 과정인지 의문이 들었다. 관할 행정기관에 알아보니 그 곳은 건설폐기물을 수집운반및 중간처리업으로 허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콘크리트, 목재, 옷 등을 분류한 임시 보관장소가 된다. 그리고 건축 폐기물은 그런 업체에서 파쇄, 순환, 재생, 골재 생산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곳에서는 그런 처리를 할 만한 특별한 시설이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리고 중간처리 과정 역할뿐이라면 완전히 처리되지 않고 생성된 쓰레기가 장소를 옮겨가며 누적되는 꼴이 된다.
셋째 새로운 환경오염이 발생되지 않게 하는 면밀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소위 환경 업체라면 자체적으로 완전하게 처리되어야 하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하고 처리 과정에서 작업도중 발생한 먼지가 주변으로 흩날려지고 있었다. 또한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편의와 생활을 위해 한정된 지역 이외에 무단 점유되고 있었다. 생활을 위해 콘테이너 시설등을 들여 놓고 각조 가재 도구들을 인근 숲 주변으로 늘여 놓아서 그 영역이 확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유 부분이 자연 경관을 해칠뿐 아니라 점유된 지반을 황폐화시킨다. 환경폐기물 처리란 종국적으로 분해되어 원상회복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면 결코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원상으로 되돌려지지 않는다. 얼마전 읽은 신문 기사에 의하면 태평양 가운데 조류에 의해 몰린 프라스틱 쓰레기가 한반도의 7배나 되는 너른 지역을 뒤덮고 있다고 한다.
넷째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감독 기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점검을 한다고는 하지만 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듯 했다. 계화산 폐기물 처리장의 관할 구청에서도 “비산 물질도 있고, 혐오시설이고. 다들 싫어하니까 이전시키려고 검토도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 곳은 인근에 한강 시민 공원과 복지 시설도 있고 산 너머에는 대형 아파트단지도 있었다. 한번 허가 받은 이후에는 안이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무엇보다도 관련 업체 스스로 철저한 규정 이행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에 폐기물 문제를 접하면서, 이 일은 무엇보다도 서울시에서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문제를 개선하려면 설비를 최첨단화함으로써 처리효율을 높여 폐기물 처리시설의 점유 면적을 줄이고 관리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을 듯 했다. 그런데 일반인이 평소 그 시설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정 당국도 사각지대처럼 여기지 않는지 의문이다. 최근 서울시는 ‘아름다운 서울‘ 가꾸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로는 시설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새로 고치는 등으로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꾸미기에 신경을 쓰기보다 이러한 폐기물 문제가 서울 가꾸기에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미기와 오염을 방지하는 일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일까 한다면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그것은 근본적이며 진정으로 도시의 질을 높이는 문제라 할 수 있다.
(090901 건축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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