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Essay

제목

07 태안기름띠제거현장을 다녀와서(건교신문)

작성자
김석환
작성일
2009.11.1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426
내용

태안 원유 유출 사고 현장의 기름띠 제거 작업을 다녀와서...


대형 기름 유츨 사고 소식에 안타깝게 여기던 차에 건축가 협회에서 태안으로 기름띠 제거를 위해 간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하기 위해 630분 서초구민회관 앞으로 나갔다. 조금 늦게 오는 참가자들이 다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다 그 곳을 출발했다.

깜깜할 때 출발했는데 내려가면서 아침이 밝아 왔다. 750분 휴게소에 도착했으나 곤하여 내리지 않았다. 버스 안에 설치된 TV에서 서해안 어민들 생계 걱정하는 내용을 보여주었다. 고기가 잡히지 않아 소득이 끊기고, 사고 소식을 접한 후부터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이 연쇄적으로 생계 피해를 입게 된 것을 보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925분경 당진군청 앞에 도착해 차에 탄 채로 안내를 기다렸다. 군청 주변의 빈 땅에 서리가 서린 풍경이 시골 도시임을 실감케 했다. 그 소박한 풍경이 우리가 작업하러가는 조용한 어촌을 연상케 했다. 기다리다 안내를 받고 현지로 이동했다. 우리가 오늘 작업할 곳은 백리포 해수욕장인데, 인근에는 만리포, 천리포, 십리포 등도 있어 호안의 크기를 상징해 붙인 지명들이 있다. 가는 길가에 우리처럼 도와주러 오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불의의 재난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주민들의 한숨이 담긴 프렛카드 등이 걸려 보였다. 차가 좁은 숲길로 접어드니 겨울의 앙상한 숲 너머로 백리포가 언듯 보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니 평소 마을 풍경과 달리 온통 방제 활동을 하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소문대로 여기저기서 많은 자원 봉사자들이 찾아와서 그들을 태우고 온 대형 버스와 자가용 등이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현지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흰색과 군청색 우비, 장화, 마스크 장갑 등 방제 복장을 나눠 주었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다 그 복장을 갖추고 보니 영락없이 방제단처럼 보였다. 입고 간 옷 위에 우비를 씌워 입어서 갈아입기 위해 가져간 옷은 그냥 차에 두고 갔다.

현지 담당자로부터 작업에 관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원유를 닦을 헌옷 조각이 담긴 5자루와 쓰레기를 담을 마대 봉투 3자루를 갖고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해안으로 나가니 시원스레 바다가 펼쳐보였다. 그 곳이 겉으로는 우리가 즐겨 찾고 싶은 해수욕장 모습이지만 모래 백사장에는 검은 띠를 둘러쳐 놓은 것처럼 모래가 검게 오염된 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사고 선박에서 유출된 원유가 밀려와 뒤덮였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절벽 가까이 있는 자갈밭에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작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렇게 몰려서 할 일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하며 다가가보니 기름이 마치 코팅한 듯 되어 검게 보였다. 해변에 바위돌이 모두 기름 범벅이 되었던 것 같았다. 이곳에 참가한 사람들의 작업 임무는 그 돌과 해안에 낀 기름을 닦아 내는 작업이었다. 복장을 갖추게 한 것은, 그 작업에 구토나 어지럼증 그리고 오염물질이 피부에 닿지 않게 하려고 한 것 이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모려 있지 않는 절벽 가까운 곳에 작업 구역을 정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헝겊을 나눠 갖고 바위에 낀 돌들을 닦기 시작했다. 그 곳의 돌들은 벌써 누군가의 손길로 닦여진 상태였지만 표면이 까맣게 코팅된 상태여서 생태계 복원에 지장을 줄 것 같았다. 두 번 세 번 반복해서라도 완전이 씼겨내야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닦아보니 흰 헝겁에 얼룩이 묻을 정도일 뿐 잘 닦이지 않아서 참가한 사람들은 돌 하나씩을 붙들고 씨름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잘 닦이지 않자 신나 등 약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예기가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곤란할 것 같았다.

바위 밑뿌리를 닦기 위해 작은 자갈을 헤치니 원유 슬러지가 아스팔트 펠트처럼 층이 져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닦으니 큰 헌옷이 금새 까맣게 범벅이 되었다. 다시 작은 돌들을 헤치니 슬러지가 모래와 같이 엉겨 있었다. 그것을 손으로 긁어 마대에 담고 있는데 주변에 있던 명지대 학생이 어디서 났는지 호미를 가져다주어 그것을 사용하니 휠씬 수월하였다. 그렇게 제거하는 것이 닦을 때보다 휠씬 효과적일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행사에 참가할 때는 작업 상황을 파악하여 적절한 도구를 준비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피해를 더 알아보기 위해 큰 바위 넘어 인근 해변도 둘러보았다. 바위가 그을려져 있어 주변 사람에게 불어보니 표면에 끼인 원유를 제거하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이라고 했다. 그처럼 들판에 불을 지르듯 한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기름이 끼어 있었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낮은 절벽이 된 해안 주변 바위틈에도 원유 슬러지가 끼어 있었다. 그렇게 기름이 덥혔던 자리에는 해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게 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것이 처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서 빨리 저것들이 다 제거 되어서 원래의 건강한 모습을 되찾아야 할텐데 하고 걱정이 되었다. 내려 올 때 버스에서 본 방송에서는 제거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오늘 본 바로는 세세히 제거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작업에서 다 제거되지 않은 바위에 묻은 원유 물질이 바닷물에 씻기어 침전된 후 서서히 모래틈에 쌓여질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것들을 다시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온전히 다 제거되어야 생태계가 완전히 복원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다 복원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될지 알 수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지만 이번 사고는 한번 실수의 결과로서는 너무 엄청난 피해가 났다. 그런데 사고도 사고지만 그 일이 발생한 다음에 신속히 대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바위에 끼인 것은 일일이 헝겊으로 닦아도 그 양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해상에서 확산을 막고 펌프 등의 장비로 신속히 제거했다면 지금 같은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갓 같았다. 태풍이나 홍수 등으로 발생한 사고는 더 긴급하게 대처하면서 재해 이번 같은 환경오염 사고에 대해서 덜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자연은 우리의 존재의 근원으로서 그것이 파괴되거나 재해를 입는 것처럼 심각히 여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고에 대처하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사고의 총괄 담당이 해양경찰청이라고 하는데 해양 연구원 등의 관련 기관과도 의견 통일이 잘 되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기구에서 국가적인 일을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번 같은 사고의 심각성에 비춰 볼 때 향후 국가적 차원에서 신속히 대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존재 공간을 다루는 건축가에게 환경은 우리 작업의 근본 바탕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처럼 환경적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는 그 해결을 위해 몸소 앞장서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되는 직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봉사에 앞서 이런 일에 참가해서 환경 재난의 심각성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일 것 같았다.
20071221일 김석환(울건축)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