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건축문화수상작다시보기(건축문화신문) 해송원
1. 건축문화 대상작과 시대성
건축문화 대상 수상작이 표출하는 감각에서 사람들은 이 시대 건축 문화적 특성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심사 과정에서 새롭게 추구된 가치가 높게 평가됨으로서 그러한 의미가 주목될 수도 있고, 설계자가 이 시대 대중적 정서를 의식해 방향을 정한 것이거나 동시대를 살아가며 대중문화로부터 받은 영향이 반영되어진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로서 새로 만들어진 건물에서 시대성을 발견할 수도 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 시대성을 형성하는 요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모든 요소가 총체적 연관을 갖고 상호 작용하게 된다.
최근 건축 흐름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매끈함이다. 그러한 기호(嗜好)의 추세는 리노베이션 하면서 타일로 마감된 건물을 석재로, 석재 마감을 금속판과 유리로 바꾸는 경향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깔끔하고 매끈한 것을 지향하는 추세인바 그러한 변화는 도시 가로의 보도블록의 교체나 TV 제품의 변화에서도 느껴진다.
그러한 인상은 우리의 삶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전자 제품의 단순하고 매끈한 이미지의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고도의 기술이 집적된 제품들로서 문화적 첨단 경향으로 인식되는 그것들로부터 풍겨나는 인상이 세련됨의 의미로나 현대적 우아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매끈함은 기술적 집적화와 고도화 추세에 맞는 이미지로 연상된다. 그리하여 우주 시대에 이용할 우주 왕복선의 디자인처럼 매끈함은 미래적 이미지로 인식되고 추구되는 인상이다. 문화적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문명적 흐름을 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해송원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은 바로 현대 건축의 세련됨의 맥락과 같은 경향이다.
2. 치밀한 디테일의 건축
해송원 부지내로 들어서면 정갈하게 다듬어 놓은 마당과 크지 않게 보이는 건물이 단아하게 숲과 어우러져 보인다. 그리고 앞서 말한 그러한 인상은 유리, 금속판 등 건물에 사용된 재료적 속성으로부터 유발된다. 해송원은 3층 건물이지만 진입하는 도로쪽에서 보면 지형차에 의해 2층으로 보이는데 3층의 매스가 가운데 일부에만 솟아 있어서 더 아담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2층의 분절된 매스와 바다쪽을 약간 높게 자유 곡선으로 처리한 지붕 매스가 재료의 디테일과 어우러져 매끈한 인상을 풍긴다. 현관 앞에 유리로 만든 약간 들처진 포치는 그 건물에 세련된 인상을 형성하는 키와 같은 역할을 하며 거멀접기된 징크판 이음매는 더욱 섬세한 면모를 표출한다.
그런데 이 건물에서의 디테일은 현대 건축적 인상의 일반적 추세와는 다른 양상과 가치를 띠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표출된 건물의 느낌으로부터 설계자가 디테일을 구사함에 있어 장인적 솜씨를 갖고 있음이 느껴진다. 디테일은 구상한 어떤 건축적 감각을 완결적으로 부여하기 위해 해결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그것을 그리려면 건축 감각과 재료적 속성, 그리고 시공 등에 대한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요새는 디테일을 매뉴얼 선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진정한 가치가 발휘되려면 디자인에 맞게 풀어낸 것이어야 한다. 표준 디테일을 써서 시간을 단축 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자신이 생각한 느낌과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설계자는 자신이 구상한 이미지를 제대로 이루고자 시종일관 철저한 자세로 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건물을 바닷가에서 바라본 풍경은 진입 쪽에서 보이는 인상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뒷면은 1층이 묻혀 드러나지 않고 분절된 매스에 의해 어느 시각에서 서로 가려져 부분적으로만 인식되는 데 비해 반면, 전면에서는 전체가 다 드러나 있다. 계단 등에 의해 실제 건물 규모보다 더 길고 크게 보여지는데, 그러한 모습은 본래 의식하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런데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통일성과 디테일한 감각이 이미지의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다.
3. 현대 건축의 이미지와 형태
현대 건축은 형태적 추구와 점차 거리가 멀어지는 양상이다. 그것은 쓰임의 요구에 충실해야 하는 이념적 토대뿐 아니라, 오랫동안 건물에 대해 가져왔던 가치적 영속성의 관념이 희박해지고 현재 쓰임에 충실한 장치로서의 의미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투명성과 매끈함 등으로 표출되는 인상도 형태적으로 추구되기보다 재료의 인상이 더 크게 작용되는 양상이다. 그로서 건축 이미지가 형태적 측면 대신 향상된 기술과 새로운 재료가 결합된 이미지로 대체되어가는 추세라고 여겨진다.
이 건물에서 풍기는 형태적 모습도 균형이나 비례에 입각해 완결적으로 추구된 양상이 아니라 질료와 디테일에 바탕한 세련된 인상이다. 여기서 모습에 관한 완결적 의도를 부여한 의미로 쓰고 있는 형태적 추구는 장소적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처음부터 설계자의 생각에서 배제되었을 것처럼 생각된다. 이 건물의 건축적 구상은 초기 스케치가 완성 단계까지 지속되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형태에 대해서 별도의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은채 실의 용도에 맞게 정리된 듯 하다. 즉 평면상에서 조망을 고려하며 구상이 진행되어 보이는데, 그에 따라 식당이나 계단실 외벽에 낸 큰 유리창과 벽체의 매끈한 금속 재료의 마감 그리고 발코니 부분과 벽면의 변화에 의해서 현재의 이미지로 정리된 듯 하다. 다시 말해 건물의 외관은 의도된 어떤 결과라기보다는 평면계획상 공간 구성에 따라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길게 펼쳐보이는 바다쪽 외관의 인상은 어느면에서 과시 하듯한 인상을 풍기는데, 설계 진행과정에서 모형등을 통해 드러났을 현재의 건물 인상을 망설임 없이 추구한 것이나 외부 계단의 방향을 지금처럼 펼쳐지게 한 것은, 설계자가 이 건물을 다루며 가진 열정과 자신감에 의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지가 반영되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출콘크리트의 그 계단은 조각처럼 다루어져 감상의 대상처럼 취급될 수도 있지만, 역시 전체적으로는 그 터에 드러나는 인위적인 인상을 더 크게 한다. 그런 점에서는 입지와 더 단아하게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한 형태적 균제를 의식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 빼어난 입지와 최고 시설의 지향
해송원의 건축주는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창의적인 연수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이 곳에 인텔리젼트 교육이 가능한 장소를 만들고 싶어 이 건물을 지었다 한다. 그것은 GE의 사내 연수원 크로톤 빌(Crotonville, 젝웰치 리더십 센터)을 보고 착안했는데, 크로톤 빌은 인재 사관학교로 통하는 GE의 핵심인재 교육이 이뤄지는 연수원이다. 그리고 건축주는 설계자에게 비용 걱정 말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건물을 만들어 줄 것과, 건물이 높지 않고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서 지어 줄 것을 당부 했다고 한다. 그 말에는 건축주로서 좋은 건축을 얻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그러한 바램과 배려는 설계자가 가장 바라는 일일 것이다.
해송원은 건물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너른 조망이 되는 바다에 면한 해송숲과 어우러진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그리고 평면적으로 나타낸 설계자의 초기 스케치에도 장소에 대한 해석과 조망의 효과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있다. 중요한 실들 조망의 누림을 위해 우선 배치한다는 생각을 갖고 짜여져 있다. 그 조망의 효과를 누리려는 고려는 2층의 숙소 뿐 아니라 3층의 휴게실과 그 밖의 옥상 데크에서도 반영되어 있다. 레벨이 높아진 그 마당같은 곳에서는 더 호쾌하게 너른 시선을 음미 할 수 있다. 완공 후 건축주가 흡족해하는 이 건물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좋아할만큼 정성스레 만든 인상으로 다가온다.
건물을 돌아보면 좋은 입지에 좋은 건축을 만들라고 마음껏 재능을 살릴 수 있게 배려하는 건축주의 우호적인 바램속에 임하는 설계자의 의욕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러한 의욕은 밝고 쾌활하게 정리된 건물 내부에서는 느껴진다.
설계자는 건물 내부의 구상에서 풍광의 조망과 1,2층 사이의 개방과 빛의 유입에 의해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한 것 같다. 그리고 그를 위한 몇가지 건축적 구사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현관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위아래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오픈된 공간에 오브제처럼 놓여 있는데, 그 계단을 유리로 하여 공간을 투명하게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그 개방 효과에 의해 각층의 공간이 통합되고 있는데, 거기서 바다쪽으로 낸 전면창을 통해 건물이 입지한 장소성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한 후면으로 나가는 비상구가 있는 부분에서도 1,2층이 오픈된 부분을 통해 개방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위쪽 지상에서 유입되는 그 빛과 전면 식당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연계되는 효과를 지닌다.
내부 공간은 벽체와 바닥에 사용된 대리석과 희고 매끈하게 마감된 천정에 의해 외부에서와 같은 세련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식당에서 잔디 마당쪽으로 뻗친 천정 패턴은 외부로 개방감이 확산되는 듯한 분위기를 띠게 한다. 그리고 1층 홀에 독립되어 서 있는 두개의 내부 원형 기둥은 매끈하게 다듬질 되어 오브제로 느껴지게 된다.
5. 1층 내부의 유리벽에서 느껴지는 프로그램의 복합성
해송원에서 2층의 평면구성은 같은 용도의 실이 부여한 비중에 따라 채워져 매우 명쾌해 보인다. 그런데 그에 비해 1층의 평면 구성에서는 성격이 다른 여러 실들이 위계적 갈등을 겪으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타협된 것 같은 인상이 느껴진다. 그리고 실제 쓰임에 따라 복합적으로 고려할 요인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다.
1층은 전면부에 관리인 숙소와 계단실, 주방, 식당, 세미나실이 연이어 있고 후면부에 강당과 화장실, 기계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외부문을 통해 바로 바다가로 다가갈 수 있는 층으로서 출입구는 계단실과 세미나 실 옆 두개이다. 그리고 후면으로 나가는 비상 출입구가 하나 더 있다.
해변가에 넓고 정갈히 닦인 터의 입지를 누리는 기회는 식당에 주어져 있다. 그런데 홀처럼 개방된 그곳은 1층 전체의 공간적 성격을 규정짓고 있다. 우선 거기서는 식당으로서의 유용성과 로비와 같은 개방성을 동시에 갖추려는 생각이 작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식당과 강당 사이에 설치한 유리 칸막이는 그러한 복합적인 목적과 고려에 의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식당은 당초부터 세미나실 등 다용도로 쓰일 수 있게 고려했다고 하는데, 유리 칸막이는 그처럼 여러 가지 쓰임 양상에 대응해 차단과 개방의 필요가 절충된 결과이다. 한 장 건너 불투명으로 하여 병풍같은 느낌을 갖게 하였는데, 설계자도 그 공간적 성격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던 듯 하다.
그런데 식당과 강당 사이 통로를 형성하는 그것을 통해 프로그램상의 모호함도 느껴지게 된다. 강당벽은 로비 벽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인데 유리벽에 의해 좁혀진 사이에서 벽에 면한 공간의 힘이 잘 발휘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식당 입구를 계단실쪽 모서리에 두어 강당 앞에서 시선이 개방된 식당 공간으로 바로 진입하고픈 심리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그 동선의 제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1층에서의 주인공의 의미를 식당에 부여함으로서 연수 시설 측면으로 볼 때는 상대적으로 연수시설의 공간적 구심성과 유기적 원활성이 형성되지 못한 점이 있어 보인다. 병풍 효과를 띠도록 한간 건너 불투명 처리한 유리 간막이는 디자인의 열정이면서 동시에 그 복잡한 사정의 드러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결국 논의의 핵심은 사용자의 프로그램에 관한 명확성일 듯 하다.
6 건축적 가치와 장소적 가치
몇 년 전 보리암에 올라가 남해 일출을 보았던 때가 있다. 어둠에서 깨어나고 있는 고요한 아침 바다에 수많은 섬들이 떠 있는 것이, 마치 다른 세계로 열린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신비하게 보였었다. 그런데 이 부지는 바로 그러한 수려한 경관속의 한 부분에 입지해 있다. 한적하게 바다가 조망되는 터에 원래 그 터에 자라던 큰 소나무들이 둘러서 있어서 해송원의 이름에 딱 어울리는 풍경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그 같이 좋은 터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우 건물이 지어진 후에도 기존의 환경은 변함없이 존재해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건축 행위에 의한 성취는 인위로 이룩된 것만을 더 의식하기 쉽다. 그러나 건축하는 과정에서 건축에 의해 터의 가치와 존재다움을 밀쳐내는 결과도 생길 수 있다. 그리하여 건축 행위가 그 입지의 효과를 누리기 위한 과정이면서 동시에 그 본래 장소가 갖고 있던 기운을 상실케 하는 아이러닉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인위로서 이룩되는 건축적 가치란 근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대체 행위와 같은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입지를 살펴보면 그림 같은 바다 풍경에 면한 큰 소나무 숲이 이 곳에 건물이 지어지기 전의 정경이었다. 그리고 그 입지 안에 그 것을 건물에 생활하면서 누리고자 하는 것이 이 건물의 지으려 할 때 갖은 설레는 바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추구할 초점은 그 곳에 머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지의 감각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건축에서 주목할 점은 잘 지어진 측면과 함께 좋은 입지 조건을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되었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즉 건축 후 여전히 그 입지의 기운이 존재하고 있는가, 그리고 지어진 건물에서 원래의 기운을 누리고 있는가가 중요할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잃는 결과가 아니라, 편리함과 원초성 같은 상반된 가치의 조화, 그리고 여전히 근원적 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상태의 지속을 위한 지혜의 발휘가 중요했을 것 같다.
당초 건축주와 설계자 모두 그에 관해 의기투합하였을 것 같다. 그런데 건축주의 최고의 건축에 대한 바램, 편리함을 위해 수반되는 장치성, 그리고 그 요구의 충족을 위해 세련됨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의식들이 작용하면서 안락하고 고급스런 건물로서의 가치가 더 지향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입지가 지닌 느낌을 늘 그대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것 같다. 그러나 현재의 세련되고 설비가 잘 갖춰진 건축적 성취를 대하면서 본래 터가 지니던 시원(始原)의 감각이 얼마만큼 인위적 안락함으로 변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불러일으켜진다.
질박한 향수 또한 바라는 마음도 한편에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자연의 원초적 울림을 맨몸으로 대하며 느끼는 감동보다 안락함과 편리함이 지향되는 것이 이 시대의 표상일 듯 하다. 그리고 해송원도 그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이 건물을 통해 생각되는 것은, 자연과 문명의 상쇄적 표출에서 현대의 문명적 표상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석환(터․울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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