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Essay

제목

98.03 존재되게하는것과 존재하는것

작성자
김석환
작성일
2009.09.25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505
내용

존재되게 하는것과 존재하는것
( 건축가지 1998. 3/4 젊은건축가)

김 석 환
(Kim Suck Hwan)


존재되게 하는것과 존재하는 것

건축과 표상
건축은 자연의 일부를 전체 자연과 구분지어 구축한 상태이다. 그리고 그 구분의 경계는 사물로서 형성된다. 수레바퀴에 필요한 것이 살이 지탱하는 공간의 부피이듯이 건축의 주체도 사물이 지탱하는 공간에 있다. 공간은 사물이 아니고 세계의 모든 사물이 표상되는 근저로서 그 자체로는 표상되는 것이 아니므로 건축에서 공간이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공간 자체는 표상되지 않고 공간을 담는 그릇의 인식을 통해서만 의식된다. 그것은 마치 인간이 자신의 삶을 직접적으로 통찰하지 못하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관련으로 삶이 표상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그 그릇은 본질인 공간이 투사된 상태가 어떤 이미지를 발산하는 것으로서 그 그릇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건축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우주공간은 세계의 모든 표상의 바탕으로서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인간은 항상 그 안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그 자체로서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주공간이 선험적인 것으로서 인간을 무덤덤하게 하는데 비해 그 일부인 건축공간은 그것을 반사하는 인위적 성질로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건축은 오랬동안 본질 자체가 아닌 그것을 표상하는 코드로서 인식 되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코드에 의해 여러가지로 건축을 설명하면서도 본질을 나타내지 못하는 공허함도 함께 느껴왔다. 그러나 그 표상되는 것도 건축을 이루고 있으므로 도외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건축과 깊은 연관을 갖는 것들로서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한 공허함을 알게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건축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성질이 있으며 그래서 코르뷔제와 같은 대가의 말 일지라도 여전히 의구심과 허전함이 남는 것이다. 건축의 이러한 불가해한 성질이 있는한 건축은 전적으로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만 창조되는 것이 아니며 건축가는 단지 상상을 통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고 코드로서 계기를 이루어 그것에 비추어 드러나도록 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건축과 섭리
사회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자유의지가 자연 생태계의 질서를 파괴함으로서 모든 생명체의 존재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치달아가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 인간의 문명은 자연이 파괴되는 가운데 이룩되고 있다. 인간에 의한 자연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그 재앙은 언젠가 인간 자신에게 생존 위험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으며 인간 스스로 자율적 조절이 가능한지 염려하게 한다.
건축은 인간의 인위로 인해 쌓인 정서적 왜곡이 다시 자연성으로 환원되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은 언제까지나 인간을 위한 것 이어야 하며 그 주인이 되는 인간은 생명체로서의 존재와 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건축은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건강하게 보전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건강의 지속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한 상태일 때 가능해진다. 건축은 자연의 항구적인 성질을 띠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건축이 고도로 하이테크한 설비를 내장하고 외피가 금속으로 뒤덮히어 기계 이미지를 갖는것은 건축으로서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건축과 계기
모든 생물이 어떤 의지에 의해 존재 되듯이 건축은 어떤 의욕으로부터 태어나게 된다. 건축은 생리적 피부감각의 쾌적과 정서적 안정을 갖고자 하는 의욕으로 비롯된다. 근대건축에서 형상은 공간의 그릇의로서 공간의 크기에 씌워지는 표피의 드러남으로 인해 자의적으로 발생된다. 즉 공간이 직접적 요구에 의해 정해진다면 조형은 부차적 계기로 정해진다.
건축에서 기능은 공간의 성격을 형성하는 염색체이다. 원래 공간은 부피로서 반응하며 어떤 행위에 편안한 부피가 있다. 그리고 어떤 행위에는 어떤 심리로 바탕이 전환되며 기능공간이란 그러한 심리에 유쾌한 공간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의 계기가 수요자의 공리적 사고에 의하는 현실은 건축의 가치를 낮은 위치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그 사고에는 건축의 숭고한 미적가치를 추구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의 의사가 배제되기 쉽다. 건축에서 인간의 개별적이고 쾌락적 취향의 요구는 건축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좋은 건축은 고상한 상태의 인간성을 바란다. 건축의 장르가 갖는 힘의 원천에는 어떠한 이데아가 있으며 건축창작의 정신은 특정한 요구 가운데서도 여전히 그 상태를 지향하는데 있다.

기능주의
건축에서 기능주의는 쓸모를 강조하고 건축이 갖는 힘을 부차적으로 여기는 태도이다. 기능주의는 건축이 이 시대의 상황에 부합되려는 것이지만 결코 고상한 추구는 아니다. 건축가들은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요구에 세심하게 연구의 성과를 이룩하려 하지만 거기에는 경제적 이익의 추구가 함께 해 있다. 근대건축의 기능주의를 효율성의 제고 수단으로 삼아 방 안에서 더 많은 책상 배치를 원한다. 그러나 건축은 오히려 도구가 시설되고 남은 여백에 존재한다. 유용성만을 추구한 공간은 이미 건축의 생명을 잃어버린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것은 건축과 다른 경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건축은 신중한 배려속에서 어렵게 태어나는 것이지 요술주머니처럼 많은 요구를 한꺼번에 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능주의의 공리적 추구는 건축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건축과 표현
계기에 의해 건축은 어떠한 몸집으로부터 어떠한 표정에 이르기 까지 모든 요소가 운명적으로 결정지워진다. 그리고 건축이 형체를 갖게 되는 것은 그 표정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그것은 마치 여인들이 평생동안 외모의 치장에 신경을 쓰는 것과 유사하다.
건축예술은 공간의 부피가 그 크기 여하로 인간에게 유발시키는 감정이다. 회화가 색을 다루는 것에 의해 음악이 음을 다루는 것에 의한 예술이라면 건축은 공간을 다루어 얻어지는 예술이다. 구획의 경계는 부피의 양을 나타내고 그 크기는 인체 스케일과의 비례로 인한 감각을 낳는다.
공간의 느낌을 잘 나타내기 위해선 윤곽만이 인식될 수 있도록 공간을 이루는 면들은 비워져 있어야 한다. 공간을 지각하는 것은 공간을 에워싸는 표피로 경계된 공간의 깊이를 지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공간표피의 전체가 단순한 재료로서 구성될때는 순수하게 공간자체를 인식하는 힘이 커지며 표피의 재질감이 강하게 나타날 때는 상대적으로 공간에 대한 인식은 약화 된다. 그 표피의 상태에 따라 공간은 각각 다른 성격으로 인식 될 수 있다. 공간의 이미지는 그 부피의 경계를 이루는 물성이 공간에 투사되어 영향을 발휘한 상태로 인식된다. 구축을 드러내는 보이드와 솔리드한 면은 공간의 깊이와 생성의 힘을 의식케 하는 표현요소이다. 공간의 구축과정에서 나타나는 선과 면은 진실한 표현요소이며 또한 건축은 그것들에 의해 조형미를 나타낼 수 있다. 선과 면에 의한 대비효과는 동양 사상에서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던 미학과 맥을 같이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양의 가구식 건축에서 보여지는 구조체에 의한 벽의 분할면에서 느껴지는 추상적 미도 같은 맥락이 느껴진다.
건축에서 건축을 이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 이외에는 모두 장식이며 우연히 미가 획득되었다 할 지라도 그것에 주인 대접을 하여서는 안된다. 건축이 사물이며 형상을 갖는 점에 있어서 조형이나 조각과 같은 질료를 지니는 점은 예기치 않게 타 장르에서 추구되는 조형미가 획득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건축에서 그러한 면이 우세하게 보인다면 그것은 건축보다 타 장르의 매력을 더 좋아하는 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진정한 건축의 모습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질서와 경이
구축의 질서가 불러 일으키는 힘은 그 자체에 우주질서의 경이가 포함되어 있다. 건축은 중력을 극복해야 하고 중력의 극복은 자연의 신비와 접촉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에는 본질적으로 경이의 감각을 갖추고 있다. 그 크기에 대한 경이의 감정은 건축의 내부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진다.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천정 높이보다 두배 혹은 몇배 높이의 천정이 있는 공간에서의 느낌은 마치 중력 가속도의 원리처럼 증폭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라 뚜렛뜨 수도원의 예배당에서 그 현상을 체험 할 수 있다.
인간이 사물의 인식은 주어진 대상의 배열에 따른 질서의 명료함을 인식하게 되며 인간의 시각은 대상이 명료하고 물성의 강도가 클 때 인간에게 반향하는 힘이 최대로 되어 인간을 감동케 한다. 피라밋이 숭고함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거대하고 기하학적이며 돌이 그곳의 자원으로서 희귀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용성을 강조하는 근대건축은 드러나는 매스에 질서를 형성하는 노력을 다시 시작 하였다. 코르뷔지에는 황금비의 질서를 칸은 고전적 질서를 근대기술의 가능성 위에서 추구하였다.

구조
세계는 힘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 2000년 이상된 파르테논 신전은 지금도 잠시의 틈도 없이 중력과 싸우고 있으며 그 싸움을 구조가 맡고 있다. 과거 건축에서 구조는 무력으로 정복한 전제 군주처럼 전횡을 일삼아 왔다. 그래서 건축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아는 구조는 다소 무인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건축이 양식을 뽐내어 왔지만 실상 그 배후에는 자신이 아름답게 드러나고픈 구조가 있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의해 구조적 해결이 자유롭게 되자 구조는 공간을 이루는 본래의 수단으로 물러났다. 근대건축과 구조 사이에는 전제사회와 민주사의와의 관계에서와 같은 유사성이 있다. 1915년 르 코르뷔지에는 도미노 시스템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건축안에 구조의 새로운 해석에 의해 획득한 근대건축의 개념을 정립하게한 효시였다. 골조체계만 두고 모든 면의 벽과 지붕은 인간의 행위에 요구되는 공간의 부피변화를 자유로이 할 수 있게 되었다. 구조의 의존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 것은 건축가들을 설레이게 하였고 매일매일 그 가눙성의 탐색을 즐기었다. 르 코르뷔제의 건축 작품집 1권을 보면 새로운 건축에 대한 상기된 마음 상태가 느껴진다.
근대건축이 구조를 다루는데는 투우와 비슷하다. 투우사가 거친 황소를 부드럽게 다루어 쾌감을 갖게 하듯이 구조를 다루어 건축을 투명하게 한다.

벽과 지붕
벽은 건축을 형성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본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이다. 방은 바닥에 벽과 지붕에 의한 위요로서 이루어 지지만 지붕은 벽의 의의에 비하면 그 역할이 아주 미미할 뿐이다. 그것은 마치 어항에 뚜껑을 닿는 정도의 의미일 뿐이다. 내부 공간을 이루는 벽과 지붕 가운데 지붕의 의미가 이와 같다면 상대적으로 벽의 역할이 지대하다 할 수 있다. 건축에서 벽이 그토록 건축의 감각을 강하게 갖게되는 것은 모든 사물이 중력의 영향에 의해 지반에의 안착을 존재의 바탕을 삼기 때문이며 인간이 직립하여 수평방향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수평활동영역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에 비하면 지붕은 단지 공간을 폐합하는 덮게의 역할로서의 의의를 갖는 것이다. 여러층이 중첩된 건물에서 각층은 인공지반이 된다. 즉 지반과 같은 중력과의 안정성만 유지되면 몇층이고 여러켜의 인공 지반으로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층의 분리는 지구안에 각각 딴 세계를 갖게 하는 것이다.

건축과 창
건축은 창을 갖음으로서 그 의미가 구현된다. 건축에서 창의 의미는 건축공간이 여전히 외부와의 관계에 의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건축은 그 본래 의미상 우주공간의 일부를 기후 조절이 가능하도록 봉합하는 의미를 제외하고는 자연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건축에서 창은 여전히 자연상태로 빛을 확보한채 심리적 안정을 위해 나머지 면을 둘러친 것이다. 창은 쉘타를 뚫어서 생겨난다기보다 빛에 필요한 부분은 그냥 두고 그 이외의 부분을 둘러쳐서 이루어진 상태라 할 수 있다.

과정과 작업
20년전 내가 근무하던 설계실의 책장에서 우연히 꺼내본 르 꼬르뷔제의 작품집을 보며 나는 놀라운 건축창조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 안에 나타난 건축의 모습은 이제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것 이었다. 피로티 위에 떠 있는 위험 하리만치 경쾌한 스위스 학생회관, 라 뚜렛뜨 수도원의 지하 기도굴, 한 사람이 할 수 있을거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거대한 찬디가르의 작업등이 모두 한 건축가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쓰여 있는 작가에 대한 글은 한 예술가가 굳굳이 자신의 세계를 펼쳐가는 위대한 삶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진정으로 그의 건축과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았고 그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 높은 건축세계를 내 안에 지니게 된 것인양 자부심이 생겼다. 그리고 건축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작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당시 나는 적은 나이로 내일에 무한한 시간이 남아 있다고 여겼음으로 높은 꿈을 갖는것이 허구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뒤돌아 볼때 그 길게 느껴지던 시간들은 이 사회의 룰을 따르고 또 누구나처럼 주어진 삶의 부족함을 메꾸느라 정작 유익한 건축수업의 순간은 많지 않은채 흘러버렸다. 그리고 나의 신선했던 꿈의 부피를 적당히 줄였다.
1978년 학업과 병행한 설계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도면을 그리면서 실제 건물이 이루어지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고 건축 한다는 실감을 느낄 수 없었다. 한번은 공간사옥을 가보고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그 건물의 도면을 그대로 그리기는 쉬운 일이지만 베낀 도면을 시공자에게 준다하여 그러한 건물이 지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실제 그 느낌을 갖게 하려면 건축가가 재료의 성질을 잘 알고 전체 형상안에서 잘 조화되도록 이끌어가야 할 거러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렇기 위해 건축가가 경험에 의한 놀라운 선험적 통찰력을 지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사무실에서 하는 일은 단지 도면을 그리는 일 뿐이었다. 사무실 안에서 나에게 진정한 건축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79년 전주에 우리집을 지을 기회를 맞이하여 최초로 나의 건물을 지었다. 르 코르뷔지에 건축을 보며 훌륭한 건축의 세계를 알게 되었지만 그러한 건축적 실현에는 한 발자욱도 나아갈 수 가 없었고 그저 답답한 마음 뿐이었다. 나는 방위산업체 근무로 대체될 수 있었던 군대에 자진 입대했다. 다행히 군대에 가서도 계속하여 건축을 하게 되었고 직업에서 벗어난 상태로 나의 의욕을 계속 지탱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지나온 길에 때로 참담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건축에 필요한 수업을 정하고 실천하여 왔다. 제대후 실제 느낌을 체험하기 위해 현장 근무를 해보기도 하고 후에는 도시계획에 참여해보기도 하였으며 한차례 회화전을 열기도 했다.
89년 건축사 면허를 취득하고 나서 나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스스로 나의 건축을 형성할 마음을 갖었다. 그리고 나에게 건축의 꿈을 심어주었던 르 코르뷔제의 모든 건축과 생애를 답사해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91년부터 96년 여름까지 틈틈히 그일을 실행에 옮겼다. 나는 그 여행을 통해 신기루와 같던 그의 발자취를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중압감으로 부터도 약간은 자유롭게 된 것 같았다.
나는 나의 건축의 길에서 근대건축의 의의를 중시하고 그것을 나의 건축에 바탕으로 삼으려 했다. 근대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과 자유의지 실현을 추구하며 새롭게 도래한 사회에 과거의 건축은 새로운 생활과 부합되지 못했다. 그 건축은 인간의 삶의 요구에 봉사하지 않고 위엄있는 양식만을 갖추며 뽐내고 있었다. 당연히 그것은 인간이 건축에서 요구하는 목적을 이루는데 있어서 효율성이 아주 낮은 것이었다.
내가 르 코르뷔제 건축에서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근대건축의 의의와 그 표현수단이었다. 근대건축이 구조로부터 해방되어 건축의 직접적인 목적을 자유로이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은 건축사에 있어서 건축을 진정으로 진보시킨 업적으로 생각되었다. 아돌프 로스의 장식과 죄악, 르 코르뷔제의 건축에 대한 통찰의 말들은 나의 건축 사고에 큰 영향을 끼쳤고 인간부재의 건축은 꿈도 꾸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근대건축에 대한 더 큰 신뢰감을 느꼈다. 나는 그 정신에 충실한 것이 건축인으로서 새로운 시대의 인간에게 참답게 공헌하는 길 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무었보다 당시 새롭게 대두된 사회건설에 건축이 부합되는 당연한 움직임으로 보였다. 얌전하다는 말을 들어온 나는 근대 건축가들의 주장에 공감함으로서 건축에 있어서는 아방가르드의 일원이 된 것이다.
1994년 초 그동안 건축의 기초적인 수업을 해왔다고 생각한 시기에 나의 사무소를 개설하였다. 또 한 편으로는 나의 작업을 시작하는 시기를 더 늦춰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사무소의 운영에 자신은 없었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두려움도 부질없이 생각되었다. 김제 청소년 수련관 및 실내체육관 등 현상 설계에 당선된 것과 계획 설계를 의뢰받은 것들을 제외하고 그동안 내가 의뢰받은 작업들은 주택과 근린생활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건물이 모두 최소한의 공사비로 지어진 것들이었다. 의욕은 갖었지만 그것들에서 건축적 성과를 크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나는 그 작업에서 바이젠 호프에 건설된 근대건축의 초기작품들 같이 근대건축정신을 실천하려 했다. 그리고 그 건물에 사용된 표현에 대한 미학적 뒷받침을 이해하기 위해 틈틈히 근대 미술을 공부하기도 하였다.
나는 건축창조의 기쁨의 삶을 선택하였으나 실제 나에게 그러한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내면안에 있는 건축적 꿈은 비워지지 않고 항상 그대로 남아 왔다. 기본적으로 건축을 이룩하는 현실적 여건에 소모되는 일이 많다. 나는 사무실을 열고서도 나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갖어보지 못했다. 건축가는 실력을 닥는 것인지 세월을 기다리는 것인지 그렇게 아쉬운 시간이 가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내가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갖는것은 평소 조금씩이나마 나의 생각을 가다듬는 노력을 하고 때로는 조금 자라난 느낌을 문득 갖을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적지 않은 경력에 비해 부족한 건축을 하는 것을 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자질이 부족함을 알기 때문이며 또한 스스로 체험한 바탕위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기를 바라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가능한 일에 충실하려 한다. 죽지 않은 씨았을 심으면 그 종에 맞는 열매가 맺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어본다.


1. 국내건축에 대한 인상
열심히 하는 작가가 많아져 건축발전 가능성이 높아졌다.

2. 현대 외국건축의 경향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는 작가가 많아졌으며 아울러 작품경향도 다양하고 질도 높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3. 건축의 전통(한국적 전통 혹은, 인류 공통의 전통)에 대한 견해는
전통에는 처음부터 지속되는 바탕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과 사회의 변화에 의해 어디선가 명확하지 않게 끼어든 것이 답습되고 있는 것이 있다. 한 지역의 지형과 기후와 인종같은 것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풍토가 형성된다. 전통은 어느 지역의 경험의 지혜로서 중요하다.

4. 좋아하는 건축가와 건축물, 그리고 그 이유
나는 처음부터 르 꼬르뷔제를 좋아했다. 그의 건축과 작가의 삶 모두를 좋아한다. 특히 라뚜렛뜨 수도원과 아메다바드에 있는 작품들을 좋아한다.

5. 건축가 없는(不名) 건물이나 익명의 도시건축 중 기억에 남는것
그리스의 지중해 연안의 백색 건축은 길과 담장 그리고 건물이 한데 어울려 예기치 않은 조형미를 나타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6. 현재 설계를 하는데 있어서 여건은(행정적인 부분, 경제적, 정치적 상황, 국내 건축이론, 전통에 대한 점 등)?
행정은 건축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시행되고 있어 창작여건을 더욱 나쁘게 하고 있다. 예를들면 심의시의 작가의 작품을 변경시키려는 것이나 법의 악용을 염려하여 지붕의 형태나 높이를 절대적으로 규정하는 것 등이다.

7. 가장하고 싶은 프로젝트
의무감이나 프로그램을 의식치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축물

8. Paper Architecture에 대한 견해
아이디어로서는 인정할 수 있으나 작품이 될 수는 없다. 건축은 지어져야 느낌을 갖을 수 있다.

9. 21세기 건축에 대한 전망
인류의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가 가속화 될 것이고 도시는 과밀화 되며 건축은 고도의 설비를 내장한채 자연과의 유기성을 잃고 캡슐처럼 자폐적이 될 것이다. 건축은 점차 기계의 모습이 될 것이다.

10. 21세기 한국건축을 지탱해 나가야 되는 30대가 해야 할 건축 운동
건축이 자연적 속성을 유지하여 인간 본성으로 환원되는 장치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김 석 환/ 울건축
Kim Suk Hwan

약력
1959. 5. 1 전주출생
1978.1 - 81.9 동아건설 건축설계실
1981.9 - 84.4 1공병여단 시설처
1984.6 - 87.12 진덕산업() 건축부
1988.3 - 90.10 ()도시건축
1990.11 - 91.12 토문건축
1992.4 - 93.12 광장건축
1998. 대한민국건축대전 초대작가


주요작품
1979 전주 금암동주택
1991 광주신도시 현상설계 건축및
도시설계 담당
군산해상신도시 현상설계 건축및 도시설계
1993 현대 미술관 계획
1994 일산신도시 K씨주택.
김제청소년 수련관 및 실내체육관
현상설계(당선)
1995 둔산신도시 K씨주택
국립중앙박물관 설계경기 참가
김석환 회화전 개최
1996 둔산신도시 N씨주택
대전탄방동 성당계획
평택청소년수련관
강서구 교통관련청사 현상설계(당선)
1997 공덕동 빌딩
수원 영통빌딩
곤지암 주택
1998 정읍 H씨 주택 계획
고양시 내곡동주택 계획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