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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북한산전‘을 마치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11
내용


현장의 필치로 담아낸 북한산전을 마치며...

 

 

오늘 일찍 철수를 하려고 전시장으로 나갔다. 어제 늦게 전화로 오겠다고 한 석한남 선생님을 1030분에 만나 보여주고 나면 곧 바로 철수를 하려고 했다. 버스를 타고 인사동쪽으로 가는데 작년에 사모바위에서 본 의상능선과 북한산 정상을 그릴 때 옆에 앉아 있었던 줄리아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 분이 오늘 오후 3시에 가려고 하는데 그 때도 볼 수 있느냐고 했다. 내가 11시부터 철수를 해서 그 안에 와야 볼 수 있다고 하니 강동이라 거리가 멀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택시를 탔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택시 기사에게 인사동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기사분이 네비검색을 했는지 “20분 정도 소요될 것 같다고 했다. 거리에 비해 걸리는 시간이 짧았다. 줄리아 선생님이 그럼 인사동으로 가자고 하면서 나에게 전시장으로 오겠다고 했다.

 

940분경 전시장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각이라 문이 잠겨 있었다. 10시에 문을 연다. 그래도 전처럼 청소를 하는 분이 일찍 나와 있을 줄 알았는데 낭패스러웠다. 줄리아 선생님이 금세 도착해 들어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주인 되는 직원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승강기를 타고 사무실이 있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다 보니 유리로 된 승강기 박스 너머로 건물 직원이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더니 잠시 후 계단을 걸어 내려와서 열쇠를 1층 카운터에 올려놓았다고 했다.

 

다시 6층으로 올라가 전시실 문을 열고 줄리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도착 시간이 된 것 같은데 나타나지 않아서 다시 전화를 하니 인사동 낙원떡집 앞에 있다며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했다. 내가 거기 있으라고 하고 그리로 가서 마중을 하여 함께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우선 북한산에서 내가 그리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던 사모바위에서 본 의상능선과 북한산 정상앞으로 안내하여 그림을 보여드렸다. 그 분은 예상 밖에 시간 여유가 있는지 그림들을 차례로 돌아보며 사진 촬영을 하기도 하면서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 사이 미리 시간 약속을 했던 석한남 선생이 들어왔다. 이제 마지막 손님이구나 하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 분은 유명한 사진가이자 한학자인데 북한산의 대표적인 작가로 이름이 나 있다. 그리고 저술가와 미술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잠시 후 줄리아 선생님을 배웅하고 다시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그림들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다가 나에게 예기를 했다.

 

그 분이 나에게 천재라고 했다. 전에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하자 다시 진지하게 저런 그림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냥 타고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유명 화가들을 열거하며 그들은 훈련과 노력으로 된 것이지만 나는 다르다고 했다. 그렇게 진지하게 비교를 해 가며 예기를 하니 나도 신중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상황인데도 이번 전시에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 그 기간이 나와 관객이 그림을 통해 교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전시를 하면서 가장 의식하는 것은 관객들이 내 그림을 어떻게 보는가이다. 그래서 방명록 표지에 소감을 적어달라고 써 붙여 놓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소감을 적어 주었다. 직접 예기를 나누며 생각을 듣기도 했다. 예기는 해도 글로 쓰는 것은 꺼려하는 분들이 많다.

 

내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 실사 작업이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관객에게 그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내 그림을 보면서 현장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이번 전시에 온 분들 가운데 내가 그림을 그리며 나타내려는 의도를 가장 잘 나타낸 말은 김수정 씨가 들려준 맥박이 뛰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산속에 있는 느낌, 공기가 느껴진다는 말도 생생히 다가왔다.

 

예기를 하다 보니 11시가 넘어 있었다. 오늘 철수를 도와주기로 한 제자들이 와 있었다. 내가 시간을 보며 이제 빨리 그림을 떼야겠다고 하자 석한남 선생이 가보겠다며 전시장을 나섰다.

 

다음에 전시할 작가들의 작품이 도착하기 전에 마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철수를 시작했다. 그런데 철수 중에 다른 한분이 또 들어왔다그 분에게 철수중이지만 볼 수 있는데 까지 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잘 아는 이성규씨가 왔다. 그림이 떼어진 상태에서 그냥 보라고 했다. 이미 떼어낸 가장 큰 그림은 사진 찍은 것을 보여주었다.

 

차례차례 벽에서 떼어졌다. 흰 벽이 드러났다. 포장을 했다. 후속 전시를 할 작품을 싣고 전시실 안으로 들어와서 마음이 더 급해졌다. 떼어낸 그림들을 차례차례 포장을 했다. 그리고 미리 예약한 차량을 확인했다. 차량 회사에서 가고 있는데 기사가 전화를 할 거라고 했다. 잠시 후 기사에게 전화가 결려와 위치를 물어보았다. 포장을 하다 전화를 받고 주소를 모르니 인사아트센타를 찾아서 오라고 했다. 그런데 도착이 궁금해 전화를 거니 다른데 가고 있다고 했다. 부랴부랴 연락을 해서 다른 차량을 배차 받았다.

 

포장을 마치고 전시실 바깥으로 내갔다. 그리고 승강기에 싣고 1층으로 내려갔다. 화분이 많아서 시간이 더 걸렸다. 용달차가 도착해 기사를 만나 건물 앞에 차를 대달라고 했다. 그런데 CCTV에 거기에 차를 5분이상 세우면 걸린다고 했다. 옆 골목에 대었다가 운반할 작품들을 도로가에 갖다 놓은 후 차에 실었다.

 

작품을 다 싣고 차가 출발했다. 용달차의 기사 옆 좌석에 앉아 돌아오면서 전시를 마친 후의 허허로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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