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Essay

제목

전시장의 손님맞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98
내용


전시장의 손님맞이

 

 

지난 3일 전시를 시작한 후로 매일 전시장에 나가고 있다. 점심 약속을 한 분도 있고 그 이외 시간에 약속이 되어 있는 분도 있다. 그리고 내가 평소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전시 소식을 듣거나 인사동 거리를 지나가다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 그림을 걸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한정된 시간이기에 더욱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급적 전시장에 나가 있으려고 마음먹었다.

 

전시를 하는 것은 평소와 다른 특별한 일이다. 그동안 그려온 그림들을 펼쳐 놓고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런 교감의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 과정과 예산이 쓰이게 된다. 한마디로 평소와 달리 특별히 큰일을 벌이는 일이다. 이런 전시장에서 전시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어렵다. 인사아트센타는 인사동에서 가장 좋은 전시장으로 꼽힌다. 내가 전시하는 공간은 그 건물의 6층인데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임대해 서울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전북 출신 작가들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 해에 지원 신청을 받고 심사과정을 거쳐 전시 작가를 선정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전북도립미술관 직원인 김선생님이 어떤 분이 책을 사며 사인을 받겠다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하고 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 한 점을 지목하며 물어보고 싶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다른 손님이 계셔서 인사를 하고 설명을 하다 보니 한 여자 분이 대학생으로 보이는 자녀 둘과 들어오면서 책을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내가 아까 예기 들은 그 분이다 싶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감사한 마음에 책에 자녀들 이름을 적으며 성의껏 글을 적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남편분도 올라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이 아까 보아두었다는 그림을 가리키며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가족이 그 그림을 다 좋다고 했다 한다. 그리고 전시실 북동측 모서리에 칼바위능선에서 본 북한산 정상과 도봉산그림도 지목하며 둘 중에 하나를 갖고 싶은데 어떻게 좋겠느냐고 해서 각각의 특징을 설명해 주었다. 내 설명을 듣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여러 그림들에 대해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하며 오래 예기를 하게 되었다.

 

그 분들의 딸은 어떤 그림은 도장이 찍혀 있고 어떤 그림은 사인이 되어 있는데 그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내가 빨간 인주를 묻혀 찍는 도장색이 그림에 영향을 주는 것이 염려되어 사인만 했다고 했다. 그런데 수묵으로 그림 그림은 그림이 강하게 표현되어 날인을 해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서 그리 했다고 했다. 내 말을 듣고 실제 그림들을 비교하면서 정말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인사를 하고 전시장을 떠났다.

 

전시를 하다 보니 내 그림을 보러오는 기회를 통해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평소 나 혼자서 생각하던 것들을 대화를 통해 전달하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시장에서는 작가라는 공인의 위치에서 만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를 하는 과정에서 방금처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예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오후에는 약속을 하지 않았던 이상해 선생님이 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 분은 셰계문화유산 한국 조직 위원장을 역임하셨고 지금도 석좌 교수직을 맡고 있다. 20년 전쯤 내가 사진쟁이라는 갤러리 초대를 받아 한국전통건축의 좋은 느낌이라는 사진전을 할 때부터 내 전시에 꼬박꼬박 와 주셨다. 그런데 그 시각에 여러분이 오셔서 차분하게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가신게 아쉬웠다. 오늘 처음 뵙는 전민조 선생님은 우리나라 사진계의 역사적인 인물이신데 아침에 부안의 김오성 선생님이 연락처를 주어 통화로 만날 약속을 했었다. 그 분은 지난해 북한산 사진전을 해서 성황을 이루었다고 들었다.

 

5시에는 미리 약속을 했던 미술평론가 신항섭 선생이 오셔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 분은 오랫동안 내 그림 평을 써주신 분이다. 함께 천천히 그림들을 둘러보며 예기를 나누었다. 그 분이 나가면서 대작은 언젠가 국가기관에 기증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오늘은 주말이라 그런지 평소 알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오셨다. 그림을 그리는 분들도 많이 오신다. 그림을 보다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해서 그에 대해 답변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서서 손님을 맞고 예기를 하다 보면 점점 힘이 빠져나간다.

 

산에서 만난 분들도 몇 분 오셨다. 지난116일 원효봉에서 만난 여자 분은 백두대간과 우리나라 백대 명산을 다 다니신 분이다. 지금도 북한산엘 자주 오르는데 얼마 전에 눈이 내린 날에는 하루 결근을 하고 설경의 북한산을 보려고 올랐다고 했다. 북한산을 너무 좋아해서 그 분의 친구들이 북한산 그녀라고 부른다고 했다.

 

잠시 후 들어온 최경식님은 전에 관악산에서 내가 스케치를 할 때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 전시소식을 알려 주기로 해서 연락을 했는데 잊지 않고 오셨다. 활달한 성격의 그 분은 큰 음성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해서 여러 가지 예기를 나누었다.

 

그 분이 나가고 조금 후에 오봉에서 만난 최상건씨가 부인과 함께 들어오면서 꽃다발을 건냈다. 그냥 오는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 줄은 몰랐다. 체격이 좋은 분이 정장을 차려 입고 마스크를 써서 산에서 만날 때와 다르게 보였다. 인물이 훤칠해 보였다. 부인은 문화재연구소에 근무한다고 했다. 내가 쓴 전통건축에 관한 책이나 한양도성과 북한산성도 다 연관이 있어 서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두 분 다 진지하고 성격이 밝아서 많은 예기를 나누게 되었다. 최상건씨는 내가 산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여러번 보아서인지 더 전시가 반갑고 실감이 난다고 했다.

 

요새도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어 전시나 공연 관람시설을 찾는 관람객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그래도 장소가 좋은 편이어서 그런지 예상 밖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다행스러웠다. 계속되는 손님맞이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계속 서서 예기하는 것이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일주일동안의 전시를 잘 마치려면 나 스스로 체력을 안배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손님이 찾아주는 것이 힘이 난다.

 

(20210206)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