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ENU

Essay

제목

가슴 뛰는 언어로 전한 관람 소감을 들으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70
내용

가슴 뛰는 언어로 전한 관람 소감을 들으며...


우연히 반가운 관객을 만났다. 해 저물 무렵 키가 큰 외국인과 한국인 여자 2명이 들어오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안내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나에게 작가님이냐고 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인사를 나누고 할 일이 있으니 먼저 둘러보고 이야기 하자고 했다. 그들은 다른 분들보다 유난히 꼼꼼히 둘러보았다.

그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난 후 내가 그동안 펴낸 책과 도록 등이 놓여있는 테이블에 앉아 그것들을 펼쳐보고 있었다. 한 분이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니 일이 생겨서 먼저 갔다고 했다. 나도 함께 테이블에 앉아 예기를 나누었다. 내가 그들에게 내 그림이 어떠냐고 묻자 여자 분이 맥박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산이 바다 같다는 말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선명한 언어의 감각이 느껴졌다. “맥박이라는 말이 가슴을 뛰게 하는 언어였다. 그 말을 잊어버리기 전에 방명록에 적어달라고 하자 적어주었다. 방명록에 적은 이름을 보니 여자 분은 김수정이고 미국인 남자 이름은 존이었다.

 

맥박이 뛰는 느낌그것은 그야말로 내가 관객들로부터 가장 기대하던 말이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그리려고 현장에서 직접 풍광을 대하고 느끼며 작업을 해 왔고 그것이 관객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험난한 산을 화구를 메고 오르내리며 현장 작업만을 해 왔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과의 교감을 나누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느끼는 것은 제 각각이고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드물 것이다. 느끼지만 언어로 표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굳이 말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말하지 않으면 작가는 관객이 어떻게 느꼈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언어적 표현을 함으로써 서로 소통이 된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졌다. 직원이 퇴근할 수 있게 마감시간보다 조금 일찍 전시실을 나서며 그들에게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좋다고 했다. 전시장과 가까운 생태찌개 집과 된장찌개 집중 어디가 좋으냐고 물으니 김수정씨가 존에게 다시 묻자 된장찌개가 좋다고 했다. 그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식사와 막걸리 반 되를 시켰다. 존이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예기를 나누었다. 김수정씨는 카우치서핑을 하며 한국에 온 외국인들을 데리고 주말에 북한산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그리고 존은 미국에서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나와 한동안 머물고 있는데 북한산 산행의 단골 맴버라고 했다. 그들이 갔던 코스를 들으니 보통 사람들보다 강행군하는 장거리 산행이었다. 둘 다 정말 북한산이 좋다고 했다. 건배를 하며 존에게 내 전시가 어쩠느냐고 물으니 공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산을 들어서서 대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것도 내가 가장 기대하던 말이었다.

내 그림은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화구를 메고 산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간단치가 않다. 가로 5.5m나 되는 대작은 크기뿐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를 갖추기도 어렵다. 그리고 보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관객이 없을 때 혼자서 전시장을 둘러보다보면 과연 내가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때도 있다. 스스로 좋아서 천착하는 일이면서도 때로는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때도 있다내 그림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늘 가장 늦게 전시를 보러온 두 관객의 소감이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내 그림을 제대로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기뻤다. 나에게 말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을지 모른다. 그들이 내 그림을 보고 전한 선명한 말을 듣고 나니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20210205)

0
0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