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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김석환 시집 '삶 그리고 산책' 출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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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3
내용


김석환 시집 '삶 그리고 산책' 출판

 

 

 

이번에 2월초 여는 제2'북한산과 한양도성전' 개막에 맞춰 그동안 써 온 시들을 모아 시집을 펴내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학창 시절부터 끄적여온 세월이 짧지 않은 편이다.

책의 제목은 '삶 그리고 산책'으로 했다. 삶은 내가 살아가는 일상을 의미하고 산책은 시를 구상하는 것 같은 자유로운 사유의 시간을 상징한다. 책 제목에 관해 몇 분이 필자의 시 제목인 '삽당령 가는 길' '구인사 가는 길' 등의  의견을 제시해서 망설이기도 했는데 그 제목을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그냥 쓰기로 했다.

시집에 수록된 글들은 오래전부터 써둔 것이어서 단지 엮기만 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그 일과 맞닥뜨리다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무엇보다 내 자신을 모두 드러내는 일이 된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웠다.

필자가 써온 시들은 자연 및 사물과 교감하며 그때그때 떠오르는 감상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것들이 많다. 필자 스스로가 사물에 대한 감각이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이 책을 내면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날들을 반추하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알차게 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지나온 세월과 마찬가지로, 살아가면서 마주 대하는 것들에 대해 느껴지는 감동을 담아두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번 출판을 계기로 좀 더 나은 글이 되도록 노력할 마음도 가져 본다.

     20201
一梅軒에서 김석환

 

 

 


김석환 시집
삶 그리고 산책 해설

언어로 그려진 진경 수묵화
김세영 (시인포에트리 슬램 편집인)


김석환 건축가는환자와 의사로서 만나서 친교를 맺은 이십년 지기이다건축가로서 그가 스승으로 삼아온 20세기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화가로서의 재능도 발휘하게 된 것으로 안다나는 그에게서 그림 그리는 건축가로서의 매력을 느꼈고그는 아마도 시 쓰는 의사로서의 나에게 호감을 가졌었는지 모르겠다아무튼 서로의 예술적 성향에 공감하여 오래 세월 친분을 지속하게 된 듯하다.
그는 북한산전 등 그림 전시회를 십여 차례나 가진 건축가 겸 화가이다전국의 사찰과 명산을 답사하며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실경 산수화를 그렸다그의 그림은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있고 역동적이다그만의 독창적인 표현의 화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책머리에서 “나는 따로 문학적 수업을 한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에서 대하는 글들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시에서는 릴케, 윤동주, 서정주 시인 등을 좋아했다. 삶 자체가 어디까지나 현실과 마주 부딪치면서도 충실히 일을 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나 또한 그  현실의 길에 늘 충실하려고 해 왔다. 그러면서 때때로 일어나는 상념들을 잠시 붙들며 느낌을 가록하는 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라고, 글 특히 시를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1988년부터 지금까지 30년간 쓴 백여 편의 시 꾸러미를 이 메일로 보내면서 시집 해설을 나에게 부탁했다연초라서 처리할 병원 잡무도 많고 봄호 잡지의 시 청탁도 6편을 마무리해야 하는 처지인데 일주일 기한으로 해설을 써 주기를 부탁해서 꽤 부담이 되었으나 오랜 지인인 그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게 되었다.
이번 시집을 출간하게 되면 그는 건축가화가에 이어 시인이라는 세 번째 직함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김석환 시인은 정식으로 시 창작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적 표현이 다소 미숙한 편이다즉 감각적으로 사물화 시켜 이미지 묘사를 적절히 구사하지 못하여 진술적 표현이 많은 편이다그러나 맑고 따뜻한 시선으로 사물을 섬세하고 담백하게 관찰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그리고 이제 환갑에 이른 시인의 연조가 느껴지는 듯사물과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는 사유 즉 시정신이 깊어독자에게 쉽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시편들이 많다.

보내온 백여 편 중에서시적 표현이 좋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11편을 선정해서 해설의 텍스트로 삼고 이 감상평을 쓰려고 한다우선 시적 표현이 은유적이고 이미지화가 잘되어감각적 사유를 보여 주는 시 세편의 부분을 발췌해 본다.

부슬비 내린 날의 / 4월 들녘은
첫 출산한 /여인의 젖무등처럼 /촉촉하다.
봄 들녘 1 부분

오랜 세월 적막을 참아 오다
목이 메여 버린 바다는
새벽까지는 그렇게 항상밤새 뒤척인다.
밤바다 부분

산천은 산짐승처럼 늘 깨어 있고
다시 찾아온 봄날
신록이 번져가는 기운이 반가워도
아직 다 덜어내지 못한 번뇌에
충만한 아름다움이 부끄러운 수도승
영선암 부분

봄 들녘을 "첫 출산한 여인의 젖무등처럼 촉촉하다라고 이미지화한 표현과 밤바다를 "오랜 세월 적막을 참아 오다 목이 메여 버린 바다라고 시적 의인화로 묘사한 부분그리고 “산천은 산짐승처럼 늘 깨어 있고라고 생동감 있게 묘사한 시구에서 그의 시적 재능을 엿볼 수 있다.


한강 굽어보며 / 아우른 큰 산세//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내뿜는 /큰 기운//
장엄한 위용과 / 꽃봉오리처럼 맺힌
섬세하고 / 현묘한 형상//
늘 스치듯 지나쳐참 모습 모르다
평생 한번쯤마음에 박힐 / 깊고 장엄한 기운
북한산 전문

북한산은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여러 방향에서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수호신처럼 바라보는 산이다그는 북한산전 전시회를 여러 차례 가진 바 있다그는 화구를 가지고 북한산 구석구석 다니며 현장에서 실경 산수화를 그렸다그는 북한산을 누구보다 많이 오르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그런 그도 때로는 “평생 한번쯤 마음에 박힐 깊고 장엄한 기운을 새삼스럽게 느낀다고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 / 다만 구름이 흐르고 수박이 자라고
고추가 붉어지며 고구마 넝쿨이 /이랑을 넘나드는 오후를
나는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나는 / 꽃잎이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순간과
파란 하늘이 드넓게 보이는 때와 /녹음이 짙어 가는 찰나의 표정을 보았다.//
산 그림자 길게 늘어져 /서늘한 기운이 몸에 걸쳐올 때까지
내가 머문 흔적은 없었다.
한낮 전문

농촌의 가을 한낮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 시이다정지된 듯하면서도 자연은 조용히 숨을 쉬고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시인은 느끼고 보고 있다. “산 그림자 길게 늘어져 서늘한 기운이 몸에 걸쳐올 때까지 내가 머문 흔적은 없었다.” 라는 시구에서 생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다이미지 사유를 보여 주는 좋은 시이다.

나는 마법에 걸렸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괴로울 수는 없다 //
모든 상식이 /깨어지고 /사람들의 행복한 느낌마저 /나에게는 공허하다//
누구냐 /지금처럼 / 기나긴 투쟁의 평행선을 /달리게 하는 자는//
나는 마법의 굴레에 갇혀 /인생의 수레를 밀 때마다 /상처를 입고 있다
운명 전문

운명을 “마법의 굴레에 갇힌 수레라고 참신하고 멋지게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그 수레를 밀 때마다 상처를 입고 있다고 한다생은 근원적으로 허무하다. “기나긴 투쟁의 평행선을 달리게 하는 자는 누구냐” 하고 시인은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하데스에서 언덕 정상에 이르자마자 다시 굴러 떨어지는 무거운 돌을 정상까지 계속해서 밀어 올려야 하는 벌을 받은 시시포스의 운명이 연상되게 한다.

수북이 쌓인 너른 눈밭 가운데 /미라처럼 열지어 서 있는
고추나무 그루터기 사이로 / 싸하이 스쳐가는 바람//
멀리 탐미로운 자태를 뽐내는 능선위에서
차가운 빛깔을 띠고 / 수묵화의 필선처럼 서 있는 나무들//
멀고 가파른 산사길 /미끌리는 걸음에 늘여지는 시간 동안
내 몸에 배어오는 투명한 겨울 정취//
길 끝에서 /고향집처럼 살갑게 만난 절집//
그 곳을 비추는 / 유독 따스한 햇살은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을 감싸고
드문드문 맺히는 물방울이 /구슬처럼 반짝인다.//
그 순간 / 나의 감각은
다 사물로 달려가고 /내 안은 가벼워진다...
구인사 가는 길 부분

시를 읽어 내려가면 구인사 가는 길의 설경이 다큐멘터리 동영상처럼 선연히 그려진다. “고향집처럼 살갑게 만난 절집” 이라는 시구에서 보듯이 시인은 흡사 동안거를 찾아가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나의 감각은 다 사물로 달려가고 내 안은 가벼워진다.” 라는 시구에서도 느껴지듯 세상사의 번뇌를 다 내려놓은 것 같다.


일상은 허무한 듯해도 /세월 값을 한다.//
지리한 세월만 흐르듯 해도 /가을이 오면 들에 가득
묵직한 이삭들이 넘실대듯이//
인생에는 문득 그렇게 /버거운 수확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일상이 /맥없이 흘러가는 듯해도
곡식이 영글듯 /작은 삶도 영근다.
- 일상 전문

우리들의 일상은 대부분 특별한 이벤트 없이 밋밋하게 맥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일상은 허무한 듯해도 세월 값을 한다.” 하잘 것 없고 구차스런 일상의 삶일지라도 잘 살펴보면 사금 같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성찰의 말이다어찌 보면 살아간다는 자체가 기적이고 보람이 아니겠는가무료하고 허무에 빠지는 날에는 방문을 박차고 곡식이 익는 들판에 나가 볼 일이다


돌아갈 길은 멀고 /빽빽이 산굽이 둘러쳐
모든 이야기는 다만 /물길로 오간다. //
멀어서 그리움이 일고 /멀어서 슬픔이 일고
조양강 강물도 /더 푸른 빛깔이 되었네.//
돌아갈 길 아득해 /머물러온 땅
그리움 접고 돌아보면 /흰 구름 한가히 산등성이 위로 떠가고//
동박꽃 피는 소식 강바람 타고 올 때
구절리 처녀 볼엔 살포시 /수즙은 미소 인다.
아우라지 전문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라는 애달픈 곡조의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아우라지는 이별의 슬픈 서정이 깃든 곳이다시인도 “모든 이야기는 다만 물길로 오간다멀어서 그리움이 일고 멀어서 슬픔이 일고 조양강 강물도 더 푸른 빛깔이 되었네.” 라는 운률적 서정시를 써서아우라지를 소재로 한 많은 시의 족적에 한 수 남긴다.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래서 저렇게 높다랗게 쌓았을까...//
사람 무서워 쌓은 성 /살아남고자 쌓은 성
천오백년의 세월로 /쇠락한 성을 찾고 보니 /먼저 슬픔이 인다.//
살려면 더 높게 쌓아야 한다고 /더 튼튼하게 쌓아야 한다고
얼마나 무서운 독려를 해댔을까//
살아남아야겠다고 /아니면 후손을 살려야 한다고
모진마음 먹고 /채찍을 견디었을까...//
한 번인가 적을 막아내고 /세월이 강처럼 흐르다가
사람들은 삶터를 옮겨가고 /제 홀로 남은 성은 품값도 못하고
세월 매를 맞으며 /시나브로 스러져 갔다//
지금은 살만한 곳도 아니고 /막을 이유도 없어진 그 안에
언제부턴가 작은 암자가 들어서고 /이제 그만이 주인처럼 사는 곳//
그 암자 옆 양지 녘에 /묵은 화해의 기도처럼 /돌무덤 하나 세워 놓았다.
- 삼년산성 전문

삼년산성은 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1500년 전 신라시대에 축조한 성이다삼국의 분쟁지에 위치한 성이라 성벽 돌 틈 사이에 그때의 병사들의 함성이 배어 있어 가까이 가면 들리는 듯 하리라. “세월이 강처럼 흐르다가 사람들은 삶터를 옮겨가고 제 홀로 남은 성은 품값도 못하고 세월 매를 맞으며 시나브로 스러져 갔다.“ 라고 시인은 고성을 바라보면서 역사의 영욕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2월은 /사내아이가 풀밭에 /잃어버린 구슬이거나
잠을 설친 밤처럼 /세월을 앗기어가는 달//
그리고 /겨울나무처럼 /꿈결같이 움츠려 있다
나부끼는 깃털처럼 /들떠 가는 달//
3월이 되면 /침잠의 때는 지나고
모래 뚝이 터져 /쓸려 나가는 물길처럼 //
세월은 날뛰듯 /흐를 것이다.
- 2 전문

2월은 겨울에서 봄으로 건너가는얼음장 밑으로 물소리가 들리는 천의 징검다리 같은 달이다시인은 구체적인 사물의 메타포를 사용해서 2월을 참신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내아이가 풀밭에 잃어버린 구슬이거나 잠을 설친 밤처럼 세월을 앗기어 가는 달이라고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멋진 이미지 시이다.


지금까지 시적 표현이 잘 되어 있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11편의 시를 텍스트로 해서 간략하게 감상평을 써 보았다김석환 시인은 시 창작 공부를 정식으로 받지는 않았지만 자연에서 체득한 소재에 대한 느낌과 사유를 적절한 수사적 기법을 사용해서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일으키는 훌륭한 서정시편을 엮어서 첫 시집을 출간한데 대해서 찬사와 축하를 보내고 싶다앞으로 좀 더 길고 깊은 시적 호흡법을 체득하여 더 많은 좋은 시로 우리를 감동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건축가 김석환 시집출간 ‘삶과 아픔에 부치는 글

지역성이 넘치는 건축가 김석환이 지난해 환갑을 넘기고 미발표시를 모아 시집을 출판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한다. 유소년시 보릿고개를 지나며 시골의 사계절과 생물의 변화를 자유롭게 탐미한 시절이 보상으로 다가와 시적인 건축을 만들었고, 시인의 미소는 매화꽃처럼 꽃샘추위를 한다.

서정적 동양화 같은 마을, 시인이 살든 산자락 시골길 밭이랑 등 동리가 보이고
담담하고 간결한 그의 건축언어를 닮은 시어가 보이고
아픔을 눌러주는 우람한 뫼를 기대는 건축가의 마음이 시에서 보인다.

동시대 광명시 소하리 한천 뚝방에서 생활환경을 관찰하고, 정치외교학과에 다니며 문학 동아리 활동으로 등단한 시인기형도(1960년생)의 시와 비슷한 제목에서 다른 전주의 변방에서 감수된 환경만큼의 차이는 흥미 있는 비교이다.
기형도 시는 부친사업실패로 천변으로 이사하고, 유년/소년 시절의 상처, 가난이 보이는 바람의 집‘ ’엄마걱정에서 열무 팔러간 엄마, 공장에 간 누이 등 생활에 참여한 가족이 보인다.

평소에 밝은 시인건축가의 얼굴이미지에서 때로 언 듯 비춰 보이는 쓸쓸한 그림자가.... 아픔과 상처 우환 가난의 원인이 무엇인지소농의 어려움인지삶의 고뇌등을 제3자 같이 관조적으로 보는 것 같다.
 
박수근화백은 가난 속에서 화가의 꿈을 세우고 여기에 맞는 아내를 맞이하고,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하였듯이, 건축불황의 늪에서 시집이 출판된다. 시인건축가가 시대변화를 잘 적응 하면서 시집출간 건축 작품집출간 화집출간이 기록을 중시하는 조선의 문집기록출판 같이 이어가는 과정이다.
건축 그림 시로 행동하는 훌륭한 시인건축가 이다.

; 2020.1.17.
건축가 운제 최승원

 


육십갑자를 넘어온 김석환의 시는 육십사계를 넘었다. 그러나 그의 시는 언제나 겨울이다. 봄에는 얼음꽃이 피고 홀로된 여름은 떠들썩한 쓸쓸함이 묻어난다. 가을은 이미 외로움의 친구가 되고 말았기에 시는 본질의 겨울처럼 꿋꿋하게도 슬프다. 김석환의 시는 그림이 되어도 여전히 그 외로움이 가시질 않는다. 산은 자신을 닮은 도시를 바라보아도 선뜻 다가가 안아주지 못하며 도시도 결코 머릿결을 뒤로 젖히고 산의 입술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의 도시가 테슈카*를 잃었기에 산의 마샬*은 언제나 겨울왕국이다. 그리고 그 산과 도시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그가 읊조리는 독백같은 한편의 겨울시를 듣게된다.

端軒 李泰銀(건축가,시인)


*데슈카 teshuqah 갈망, 열망, 사모
*마샬 mashal 다스리다, 주권, 지배권을 가지다.

 

    
 김석환 시인은 길 위에 서 있다. 때로는 멀리 남쪽으로, 혹은 동으로 서로, 발길을 멈추지 못하는 시인은 흐르는 세월을 닮았다. 그의 세월 속에는 그리움이나 슬픔이라는 응어리가 있다. 그 응어리를 녹여내기 위해서 시인은 본래 마음자리를 찾아 만행한다. 절간을 찾아 가고, 낯선 들녘이나 바다로 간다. 이는 시인 안에 있는 정 뿌리금강석 같은 바윗돌에단련시키기 위함이다. 결국 시인은 봄 들녘에서 사무친 그리움의 향기를 맡는다. 하지만 다시 길 위에 선다. 그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 전기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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