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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책 선물을 받으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46
내용


책 선물을 받으며...

 

올 해 마지막 날 연거푸 책 선물을 받았다. 오후 3시경에는 인사동에서 어제 만나기로 한 이교수님이 책을 주어 받았고 저녁때는 우편으로 배달된 신달자 선생님의 시집을 받았다.

 

어제 몇 년 전 퇴임하신 이 교수님으로부터 오늘 3시쯤 만날 수 있느냐는 문자를 받았다. 평소 학문적 깊이와 반듯한 인품, 그리고 덕망을 갖추셔서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분이다. 6월에는 용인에 새로 마련한 서재로 몇몇 후배들을 초대해 찾아뵙기도 했었다.

 

갑작스럽게 하신 말씀이지만 다른 일정을 생각하지 않고 바로 가능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일상 가운데 훌륭한 분을 만나는 것 자체가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장소 등을 상의하는 문자를 주고받은 후 오늘 약속 장소인 인사동 사거리에서 만나 지인이 알려준 찻집을 찾아들어갔다. 찻집은 식객 식당 근처의 한옥인데 집 가운데 있는 작은 마당 쪽의 창들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개방감이 느껴졌다.

 

자리를 잡고 석류차와 모과차 그리고 가래떡을 주문하니 잠시 후 갖다 주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갖다 준 차를 무심코 마신다는 게 각기 주문한 차를 바꿔 마시게 되었다. 한 모금 차를 마시다 바뀐 것을 알고 당황스러워 이 교수님 차를 다시 주문해 드리려 하는데 그냥 마시자고 했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네 권의 책을 꺼내 주셨다. 큰 책 3권은 한국의 서원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만든 것인데 서원의 현판과 기문들을 설명한 책과 서원의 고문서, 서원의 제향의례 등의 내용이고 작은 책은 전통건축의 수리와 보존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책들 중에서도 서원의 현판과 기문들을 모아 설명한 책은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그리고 서원의 고문서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학문과 사상이 담겨 있고 제향의례에는 그 시대 삶의 면면히 느껴진다.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내년 2월초에 하게 되는 북한산과 한양도성전에 대해서도 예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시에 대한 글을 부탁드리니 흔쾌히 받아주셨다.

 

잠시 후 찻집을 나와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다른 볼일을 보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한 권의 책이 배달되어 있었다. 겉봉투를 보니 보낸 분은 신달자 선생님이었다. 내가 청년기 때부터 그 명성을 알았던 시인이다. 얼마 전 한 원로 건축가 분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해서 근처에 계신 신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며 내가 갖고 있던 기억을 말씀드렸다여류 문학가로서 매우 직설적이면서 담백한 성품으로 이른 나이부터 필명을 날린 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 명함을 드렸었는데 그 명함에 적힌 주소로 보낸 것이었다.

 

지난 10월에는 김선생님이 주신 책도 받았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라는 그 책은 과학과 시를 넘나드는 자연문학의 새로운 장르라는 찬사를 받은 책이다그 분이 책을 건내면서 글이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다. 받은 책을 펼치면서 그 분의 인품이 함께 느껴졌다. 그리고 세상에 그처럼 지혜가 담긴 많은 책들을 대하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선물은 특별히 느껴진다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읽을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정신적 영양분을 선물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책을 선물하는 마음이 더 감사하게 다가온다

 

다시 한해가 가고 있다. 해가 바뀌는 시간, 그리고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세월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는 생각과 허전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좀 더 충실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갖게 된다금새 한 해가 흘러가버린 당혹감을 감추고 분주히 한 해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다 두 분이 주신 책을 통해 잠시 생각의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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