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중소기업 기살리기 마라톤 대회 10km 달림기
중소기업 기살리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복장을 준비했다. 얼마전 건축사마라톤 동호회장에게 소식을 듣고 대회 참가 신청을 했었다. 올해는 마라톤 대회에 한번은 참가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생때 체력장을 했듯이 ‘환갑’된 해에 스스로를 점검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앞으로 활동해 나가는데 있어 무엇보다 체력의 자신감이 필요할 것 같았다.
마라톤에 참가할 때는 늘 약간의 긴장이 된다. 근래 한양도성 당일 완주, 고양시 평화누리 30km 완주 등을 해서 체력에는 자신을 갖고 있었지만 뛴다는 것은 걷기와 다른 일이어어 조심스러웠다.
배낭에 마라톤 복장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싸늘했다. 오늘은 대회를 마치고 여러 가지 일정이 있어서 마음이 부산스러웠다. 대회를 마치고 대학원 동창 자녀의 결혼식에 가야 하고 그 다음에는 북한산 그림을 그리러 갈 계획이었다.
지하철 시청역에서 서울광장으로 나가다 보니 시청과 덕수궁 사이 차로에 게이트가 보였다. 평소에 많은 차량이 오가는 길이 행사를 위해 몇 개 차로가 비워지고 행사를 위한 큰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이 세워진 곳이 출발과 도착의 기록이 측정되는 곳이라 대회의 상징성이 느껴졌다.
탈의실 앞에서 먼저 온 일행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도 여느때처럼 어께가 파인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달릴 생각으로 복장을 준비해 왔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어께가 파이고 앞면에 서울건축사 글씨가 쓰여진 그 옷은 동호회에서 단체로 주문한 것인데 등 뒤에는 ‘달리는 건축사’ 와 내 이름이 새겨져 있다. 회원들과 의논을 하다 주최측에서 보내온 반팔 셔츠위에 준비해간 티셔츠를 입고 바지는 반바지를 입기로 했다.
달리기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자니 추워서 계속 몸을 움직였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자 주최측에서 무대 앞쪽으로 모이라고 해서 치어리더의 시범에 맞춰 율동에 맞춰 체조를 했다.
잠시 후 하프 참가자들이 대기선으로 이동한 후 그 뒤에서 10km 참가자들이 프래카드를 앞세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심판이라고 표찰을 단 두 사람이 프래카드를 든 학생들에게 기를 잡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리고 우측 사람이 학생에게 손난로를 쥐어 주었다. 하프 코스가 출발하면서 시청 하늘 위로 축포가 터졌다.
하프가 출발한 후 10km참가자들이 출발 대기선으로 갔다. 사회자가 내빈들을 소개한 후 중소기업 진흥협회회장에게 격려사를 청했다. 그리고 다시 사회자가 주로에서 생길지 모를 위험에 대해 설명하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멈추라고 했다. 나이 든 참가자들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출발신호를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다 손을 들어 손가락을 굽히며 다섯을 세고 맨 앞줄에서 출발을 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참가자들이 우르르 쏟아지듯이 달려 나가다 청계천 입구 달팽이 탑에서 우측으로 꺽여 청계천을 따라 달렸다.
○1km 구간
나름 전체 구간의 안배를 하며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데 몸이 굳어 있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달려서인지 팔을 앞뒤로 하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다. 추운 날씨 탓이기도 한 것 같았다.이번 마라톤은 2018년 5월 27일 ‘2018 바다의 날 마라톤’에 참가한 이후 처음이다. 그 후 벌써 1년 반이 지났는데, 그 때 기록은 49분대였다. 내가 지금까지 마라톤에 나가 받은 메달이 8개 정도 되지만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고 있다. 평소 조깅이나 정기적인 달리기를 하지 않고 늘 대회 당일 연습없이 참가해왔다. 평소에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한국 관광공사를 조금 지나 1km 표지가 보였다. 이제 본 궤도에 진입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라톤에서는 대회 코스에 진행 거리를 적어 놓은 그러한 표지가 중요하다. 거리를 확인하며 스스로 힘을 조절하면서 앞으로의 진행 상황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코스 옆에서는 진행요원들이 달리기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통제를 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달리는 도중 건널목마다 교통 통제를 하고 있었다. 군데군데 건널목 바닥에 요철이 있어서 디디기가 어려운 곳도 있었다. 진행요원들이 참가자들을 위해 수고하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임하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건널목에서 한 행인이 눈치를 보다 안내요원이 빨리 건너라는 손짓을 하자 앞뒤로 벌어진 주자들 사이로 사이로 슬그머니 건넜다. 달리다 보니 길가의 음수대에서 물을 나누어주고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다음에 지날 건물들이 저만치 멀리 보였다.
1km를 지난 다음 다시 1km 정도 지나온 것 같은데 표지가 보이지 않았다. 표지가 보이지 않아서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3.1빌딩을 지나 세운 상가 쪽으로 다가서는 동안 우측으로 재개발 현장이 보였다. 계속해서 달리다 보니 헌책방 거리에서 갑자기 3km 표지가 보였다. 2km로 지점을 확인하려다 3km 표지가 나타나니 갑자기 거리가 좁혀진 듯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 3km 구간
3km를 지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초반부였다. 지나온 3km 거리만도 멀리 느껴져서 전체 거리에 대한 부담이 되었다. 1km 달리기도 다리가 아플 수 있는데 오늘은 10km를 계속해서 달려야 한다. 그리고 완주를 하려면 끝까지 참고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주로상에서 뛰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달리다가 걸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좋은 모습이 아니다. 마라톤에 참가한 이상 계속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내 구간에서는 일상에서 지나던 거리나 건물들이 많이 보여서 어디를 가고 있는지 바로바로 가늠이 되었다. 그런데 아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간격이 육안으로는 투시도 효과에 의해 더 멀어 보였다. 날씨가 흐려 거리가 더 멀리 느껴지는 것 같았다.
청계천 옆을 지나고 있지만 주로상에서 청계천 물길은 보이지 않고 길가의 상가만 연속적으로 이어져 보였다. 동대문사거리 부근을 지나는 곳은 도로 폭이 매우 넓어서 횡단 거리가 길기 때문에 여러명의 진행요원들이 양편에서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 도로를 횡단해 제일평화시장 앞을 한동안 달려 종묘앞역과 연결되는 성동공업고등학교 사거리를 지났다. 달린 거리로 보아 4km 이정표가 나타날 때가 된 것 같은데 보이지가 않았다.
○ 반환점
가다 보니 갑자기 반환점이 보였다. 그 앞에 안내요원이 서 있다가 좌측 다리를 건너 가라고 손짓을 했다. 갑자기 거리가 확 줄어드는 것 같아서 심리적으로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2km 마다 설치를 해 놓은 것 같았다. 다른 대회에서는 대게 1km마다 세워 놓았었다.
반환 지점인 비우당교를 건너 유턴하는 지점에서 신발에 찬 센서가 작동되어 삑 소리가 났다. 마라톤에서는 반환점을 도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대게는 반환점에서 출발지점을 향해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 거기서부터는 남은 거리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체력 안배도 더 확실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가는 동안 점차 거리가 줄어들어 완주의 자신감도 커지게 된다.
하지만 달린 거리가 늘어날수록 다리에 피로가 쌓이게 된다. 한양도성 한바뀌가 18.6km여서 시내를 오가는 구간이라 거리가 매우 짧게 여겨졌었는데 막상 주로에서는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거리는 정직한 것이다. 오늘은 물도 마시지 않고 달렸다. 날씨가 싸늘한 탓인지 물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음수대를 지날 때 심리적으로 그리로 다가가게 되는 것 같았다.
참가자중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젊은 층에서 마라톤이 유행이라는 말도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걷는 사람들도 조금씩 많아 보였다. 연인이 함께 참가한 사람들은 손을 잡고 걷는 모습도 보였다. 마라톤에서는 페이스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출발후 초반에 무리하게 빨리 달리면 후반부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 6.9km 구간
세운 상가를 조금 못 미친 곳에 6.9km 표지가 보였다. 주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회의 코스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진행요원들이 사거리마다 지켜서서 안심하고 달릴 수 있게 하고 있었지만 사거리를 건너는 구간의 바닥 포장이 작고 거친 화강석으로 되어 요철이 있고 양편에서 길을 건너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내 구간이 아닌 곳에서는 사거리도 없고 그렇게 재료 분리가 된 곳도 거의 없다. 그리고 대게 강이나 개울 옆을 지나게 되어 있어서 시야가 쾌적한 편이다.
달리는 동안 계속해서 피로가 쌓여갔지만 종착지점까지 오직 묵묵히 달릴 수 밖에 없었다. 참가자라면 누구나 극한 상황이 아니면 포기할 마음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주로상에서는 걷지 않고 끝까지 꿋꿋히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간섭하는 사람은 없지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자기와의 무언의 약속인 샘이다.
○ 7.9km 구간
삼일빌딩이 저만치 앞에 보이는 구간 좌측 길가에 7.9km 표지가 보였다. 이제 거의 다 온 느낌이었다. 앞으로 남은 2km는 콘디션이 어떻든 견딜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2km가 먼 거리는 아니지만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심리적으로는 부담이 줄어들지만 실제로는 막바지에 갈수록 피로가 쌓이게 되어 더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힘을 더 내었다. 몸이 풀려서인지 속도도 더 빨라졌다.
참가자들을 돌아보니 걷는 사람이 늘어나 보였다. 뒤에서 뛰던 두 아가씨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나에게 정말 건축사냐고 물어 그렇다고 하니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길가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파이팅을 외치며 주자들에게 응원을 했다.
잠시 후 종각역에서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는 도로 사거리를 지났다. 이제 정말 골인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출발 때 지났던 달팽이 탑을 지나 잠시후 태평로에서 좌회전을 하니 멀리 골인지점이 보였다. 거기서 골인 지점까지는 300m정도 남은 것 같았다. 거기서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 골인점
골인점 쪽으로 향하다 보니 진행자의 마이크 소리가 점차 크게 들렸다. 그가 도착하는 참가자들의 이름과 소속등을 부르며 격려를 해 주었다. 그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그 엎을 지나쳤는데 뒤쪽애서 서울 건축사 하고 불러서 등 뒤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골인지점에 다가서자 게이트 안으로 응원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그 옆에 시계에 50이라는 숫자가 얼핏 보였다. 마지막 힘을 다해 골인 지점을 통과하면서 해 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느껴졌다. 피로에서 벗어나려고 몇 걸음도 더 달리지 않고 골인 지점에서 바로 달리기를 멈췄다.
대회를 마치자 마자 예식장에 갈 마음이 급해져 옷을 찾으러 가면서 시청에 걸린 시계를 보니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쉬지 않고 달렸는데 기록이 전보다 많이 늦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기록에 얽메일 것은 아니지만 기록이 저하되는 것이 노쇠와 연결될까봐 염려가 되었다. 그런데 하프보다 10분 늦게 출발한 것을 고려하니 늦은게 아닌 것 같았다.
오늘은 기온이 낮아서인지 땀도 많이 나지 않은 상태여서 옷만 갈아입고 가도 될 상태였다. 단체참가자들의 천막대열을 뒤로 돌아 음료수와 간식, 완주메달을 받은 후 게이트 앞으로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주로상에서는 물을 마시지 않고 달렸는데 다 마치자 갈증이 밀려와 급히 물을 마셨다. 아까 7.9km 구간에서 나를 앞지르던 아까씨들이 그제서야 들어오고 있었다.
참석할 결혼식 시간에 아직 여유가 있어서 일행의 뒤풀이 장소로 가서 잠시 자리를 함께 했다. 식당을 찾아가자 모두 뿌듯한 표정으로 도란도란 예기를 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회원들이 나에게 이구동성으로 “엄청 빠르다” 고 했다. 연배가 가장 높은 윤선배님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식당을 먼저 나오며 회원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예식장으로 가다 보니 “2019중소기업기살리기마라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김석환님 기록은 00:50:35:25입니다” 라는 문자가 왔다. 작년 5월에 한 바다의 날 마라톤 대회때보다 1분이 늦어 있었다. 하지만 주로 상황을 감안하면 같은 기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록을 보니 아직 건강을 자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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