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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북한산 어린이 그림축제를 다녀오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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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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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78
내용

 

북한산 어린이 그림축제를 다녀오며... 

 

오늘 노고산 중흥사에서 북한산 어린이 그림축제에 심사 부탁을 받고 참석을 했다. 며칠 전 주최 측에서 평소 북한산을 그려온 나에게 연락이 왔었다. 통화를 하며 어린이들의 눈에 비친 북한산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버스로 갈아타려고 구파발역에서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니 많은 등산객이 줄을 서 있었다. 선선해서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버스에서 내려 흥국사로 들어서는 입구에 '고양 로컬푸드 자연밥상 페스티벌 &북한산 어린이 그림축제'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보였다경내로 들어서 일주문을 지나 높다란 계단을 디디고 오르는 도중 불이문이 보였다. 그런데 그 문은 특이하게 문 안에 다시 원형의 석조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원은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지는 형상으로 완성을 의미한다.

 

흥국사는 다른 많은 사찰들처럼 6.25때 피해를 입어 많은 건물이 파괴되었다. 그 후 경내가 지금처럼 정돈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6.25 이전 건물들이 몇 채 남아 있다.

 

흥국사 홈페이지의 기록에 의하면 흥국사는 문무왕 원년인 661년 원효대사가 창건을 했다. 원효암에서 수도하던 원효스님이 북서쪽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내려와 이곳에 이르러 서기를 발하는 석조 약사여래상을 만나게 되어 인연도량이라 생각하여 본전에 약사여래를 모시고 상서로운 빛이 일어난 곳이라 앞으로 많은 성인이 배출될 것이라 하며 절 이름을 흥성암이라 했다고 한다. 그 이후 사찰의 체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는 없으나, 1686(숙종12)년에 중수를 했으며 영조시대에 크게 발전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1758년 영조때 대방을 초 개금 중수한 기록이 있다. 1770(영조46)에는 영조가 생모 숙빈 최씨의 묘원인 소녕원에 행차하다가 많은 눈을 만나게 되어 이 곳 중흥사에서 하루를 머물고 아침에 일어나 지었던 아침이 돌아오니 마음이 기쁘구나 눈이 한자나 쌓였으니 풍년이 들 징조로다라는 시가 비문에 전해진다. 영조는 그 싯구를 편액으로 만들어 친히 하사하며 약사전을 중창한 이후 왕실의 원찰이 되어 왕실의 안녕과 국태민안을 기원했다고 한다.

   

개막 시간보다 조금 일찍 행사를 하는 경내 마당으로 올라가니 앞에 임시 무대와 의자가 배열되어 있었다. 흥국사는 노고산을 오가던 길에 지나던 곳인데 경내를 여유롭게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시에 사회자가 개막을 알리고 사전 축제로 흥겨운 사물놀이와 해금 연주, 섹서폰 연주를 들었다. 음악을 듣는 동안 무대 너머로 자연 풍광이 바라보였다. 가을 햇살이 고왔다. 나무들이 막 단풍이 들어가고 투명한 햇살에 영롱한 빛을 띠고 있었다. 높고 맑은 하늘은 가없이 멀게 느껴지고 드문드문 작은 구름이 떠 있었다.

 

청명한 날에 가을볕을 쬐는 시간이 절로 행복감을 주었다. 한 해 동안 이렇게 좋을 날이 많지 않을 듯싶었다. 사계절중 봄가을이 활동하기에 적당하지만 생명이 약동하는 봄에는 만물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사물을 달아오르게 하고 꽃가루가 날려 재채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을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듯한 평온함이 감돌며 차분하고 쾌적하게 느껴진다.

 

사회자가 내빈을 소개한 다음 주최측 대표들이 개막 인사를 했다. 주최자인 중흥사 주지 스님은 좋은 날씨에 모이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 행사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 바란다. 고 했다. 이어서 공동주최자인 고양신문 이영아 대표는 사람들이 북한산을 서울의 산으로 아는데 북한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있는 곳이 고양시 북한동 1번지로서 고양의 산이라 할 수 있다며 그 산을 주제로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심사위원을 소개하여 앞으로 나가 짧게 인사말을 했다.

 

개막식과 함께 그림 그리기가 시작되었다. 경내를 돌며 참가자들이 여기저기서 자리를 잡고 그리는 모습을 보았다. 불전 옆 그늘이나 툇마루, 그리고 키가 큰 소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은 아이들도 있었다참가한 아이들  모두가 사뭇 진지하고 신중한 표정으로 선을 그리고 색칠을 하거나 잠시 화면을 보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리고 흰 종이 위에 산과 나무 집 등을 천진스레 그려가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학부모와 친척 등이 함께 해서 가족이 즐거운 소풍을 온 것처럼 보였다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독서삼매경에 빠진 부모도 있고 함께 온 어린 동생이 뛰어 나녀서 그림이 망가질까봐 조심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 사이 차를 마시러 오라는 전화가 와서 다실로 갔다. 거기서 내빈들과 차를 마시는 동안 주지인 원용 스님께서 이 절의 유래를 설명해 주었다. 이 절은 백두산의 정기가 산맥을 타고 흘러와 말단에서 맺힌 좋은 터라고 했다. 북한산은 한북정맥에 위치하는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내리 뻗은 백두대간 줄기의 금강산에서 가지를 쳐고 뻗은 산맥이 한북정맥이다.  

 

차를 마시고 건물들을 돌아보았다. 이 절에서는 경내 위쪽 중앙의 약사전이 주불전으로 그 내부에는 약사여래상이 모셔져 있다. 그 전각안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예불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양간 주변에서는 점심 공양을 준비하는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장소를 돌아보면서 여기 모인 아이들과 나의 옛 시절을 떠올리며 비교를 해 보기도 했다내가 어렸을 때는 그림 물감 하나 구입하는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시는 농촌의 부모님들이 오늘 이 행사에 참가하는 부모들처럼 아이들에게 여유를 갖고 관심을 가지거나 용품을 사줄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참가한 아이들은 모두 구김살 하나 없이 해 맑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축제의 장이 된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이 흐뭇하게 여겨졌다.

 

삼성각 앞마당에서 전망장소 라는 안내표지를 보며 키 큰 소나무들이 서 있는 숲쪽으로 올라가니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들이 훤칠하게 보였다. 그리고 북한산과 잘 어우러진 흥국사의 면모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 숲 주변에서도 참가자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돌아보다 나도 거기서 스케치를 했다. 앞쪽 가까이에 비스듬히 놓인 능선 뒤로 북한산 정상과 의상봉 및 용출봉, 그리고 비봉 능선이 펼쳐 보였다.  

 

원근감을 나타내며 한동안 스케치에 열중하다 보니 주최자가 전화를 걸어 공양간으로 점심을 먹으러 오라고 했다. 내빈 들이 먼저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며 스케치한 것을 보여 주니 어떻게 벌써 그렸느냐고 했다. 주지 스님과 한 밥상에서 음식을 먹으며 이 절에서 눈에 띤 특징들에 관해 예기를 나누었다. 오늘 행사를 하는 고양 로컬푸드 자연밥상 &북한산 어린이 그림축제행사 취지대로 음식이 모두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공양후 밖으로 나와 안내표지가 있는 대방을 둘러보았다. 흥국사 대방은 염불당 형식의 큰 방을 중심으로 그 좌우에 승방, 부엌 누각, 마루, 툇마루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규모는 좌측 2칸은 부엌, 가운데 3칸은 큰방, 우측 2칸은 승방의 구조이다. 이곳은 19세기부터 나타난 대방이 대부분 사라진 가운데 조선말기 대방의 전체적인 형태와 구조를 원형대로 잘 보존하고 있으며, 근대 불교에서 대방 건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방은 조선 시대 후기 사찰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른 사찰에서 보기 어려운 시설이다대방은 조선 말 염불이 성행하고 접대를 겸한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주요 불전과는 다른 기능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는데, 특히 규모가 큰 왕실의 원찰을 중심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이는 사찰의 여러 기능을 하나로 합체 경제성과 합리성을 추구한 점에서 근대 불교의 성격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평가된다이 곳 대방은 흥국사 내에서 가장 큰 건축물로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어 일명 미타전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190425칸으로 고쳐지었으며, 1912, 또는 1915년에 고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뒤쪽으로 가서 그리던 그림을 마무리 하고 2시부터 심사를 시작했다. 심사장에 많은 작품들이 쌓여 있었다. 유아부, 저학년, 고학년 세 그룹으로 나눴는데 저학년이 가장 많았다. 10시 개막 후 몇 시간 사이 아이들이 각자 생각대로 그린 다양한 그림들이 방바닥에 펼쳐보었다. 그 그림들 중에 어린이다운 신선하고 발랄한 그림들도 눈에 띠었다. 그림들에서 그린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참가자들은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면서 시상 결과에 대해 모두 궁금해 할 것이다. 수상작에 뽑혀 기뻐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상을 받지 못해 몹시 속상해 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그런걸 생각하니 더 신중히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수상작을 뽑기 위해 어느 것이 좀 더 독창적이고 이야깃거리가 많은지 살펴보았다.

 

심사를 마치고 푸드 페스티발 심사장으로 가니 거기서도 행사를 마치고 정리를 하는 중이었다. 이영아 대표가 남겨둔 호박 식혜를 주어 받아 마신 후 내빈들과 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행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돌아간 후라 경내가 조용했다.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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