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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구상과 실현 - 경주 화랑마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5.0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39
내용


구상과 실현 - 경주 화랑마을

 

 

몇 일전 내가 설계한 경주 화랑마을을 다녀왔다. 화랑마을은 경주시 석장동 산 100-5 일대 부지면적 87천평, 건물 연면적 59백 평으로 2010년에 사업에 착수하여 20183월에 완공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교육동, 숙박동, 전시 및 영상관, 한옥 숙소, 야외무대, 캠핑장, 수련장, 국궁장, 명상관, 대운동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이 사업은 경북도의 유교·화랑·삼국유사의 3대문화권사업으로 선정되어 시작되었는데 당초 사업명칭은 신화랑풍류벨트 조성사업이었다.

 

화랑마을의 입지는 형산강 기슭의 송화산(276M)을 배경으로 넓게 시야가 트인 경사지로서 앞에는 동국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형국을 갖추고 있다. 송화산 뒤쪽으로는 2009년 단독 종주한 도덕산 어림산 구미산 단석산 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지나고 전면에는 동국대학교가 위치해 있으며 인근에 금장대와 김유신묘 등, 신라시대 역사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이 시설이 들어서기 전에는 여기저기 초지와 축사 등이 지어져 있었다.

 

재작년 막바지 공사가 한창일 때 방문하면서 완공후 다시 가 본다고 마음먹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미뤄오다 지어진 모습이 궁금해 먼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때 설계와 달라진 부분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가졌던 것도 완공 후 즉시 걸음이 내키게 않은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 프로젝트의 설계를 맡게 된 것은 경주시와 설계 계약을 체결한 설계사무소에서 201211월 내게 전체 배치 및 건축계획설계와 더불어 순수한옥 건물의 실시설계 용역 계약을 요청해 진행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착수한 일은 전체 배치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었다. 초기에, 현재 지어진 배치대로 부지 조건에 맞춰 배산 입수의 반듯한 축선을 설정하고 가운데 운동장을 중심으로 교육관과 숙박동 등이 시선이 모이며 순환로를 따라 연계되는 기본 틀을 세웠다

 

설계 초기 진행 과정에서는 기본 안을 작성해 경주시에서 구성한 자문위원회에 설명을 하면서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의 종류 및 규모 등을 조율하였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명실상부한 화랑의 정신을 계승하는 청소년들이 심신 단련의 장으로서 이용이 활성화 될 수 있는 프로그램 설정에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런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을 종합해 적용할 시설과 규모를 정하면서 먼저 전체적인 배치 계획을 세웠는데, 유치할 시설 내용에 대한 논의가 확정될 때까지 수차례 배치계획을 수정하면서 다듬어 나갔다. 그리고 1년 후인 20131월 시장에게 배치와 건물 세부 계획안을 보고해 확정되었다.

  

건물의 형태는 당초부터 전통건축의 이미지를 갖도록 방향이 정해져 있어서 전시관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한옥의 모습을 갖추도록 했다. 대규모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지붕 및 외벽에 한옥의 외관을 갖도록 기와지붕과 목재 기둥 등을 사용하였고 한옥 숙소 등은 순수 한옥으로 지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대형 건물에 외형만 전통적 형태를 띠게 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경주의 고도로서의 이미지와 화랑 문화의 역사성에 입각해 당연시 되었다. 그렇지만 전통건축의 형태는 주변 산세와 원만히 결합된 인상을 갖게  수 있다.

 

기본계획 확정 후 한옥숙소(현재 육부촌), 관리실, 명상관 등 전통 한옥으로 이루어진 건물들은 직접 실시설계까지 했다. 한옥숙소(현재 6부촌)는 주어진 부지 조건에 맞춰 규모와 평면 형태가 다른 4가지 타입의 14채가 마을처럼 유기적 연계성을 갖도록 계획했다. 즉 건물마다 각각 자기 영역의 마당을 갖춘 상태에서 공동의 어울림 마당을 따로 마련하고자 했다. 현재 중앙의 내부 통행로처럼 되어있는 부분이 이웃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의 마당으로 계획한 곳인데 지금은 특별한 용도가 없는 너른 통로처럼 되어 있고 그 바닥도 전통 마당처럼 마사토 등으로 포장하는 것이 좋은데 제주 판석을 깔아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건물도 지금은 10채만 지어졌다.

 

그리고 지형의 고저 차이로 생긴 건물과 건물의 단 차이 부분을 반듯하게 계획하여 마당이 넓게 쓰이도록 한 것을 시공 과정에서는 큰 자연석을 비스듬히 쌓아 마당이 많이 좁혀지게 되었으며, 사철나무 줄식 등 전통 조경 방식으로 되지 않은 조경처리에 의해 전통한옥의 살가운 멋을 지니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본관 전면을 차가 지날 수 있는 보행광장으로 하여 쾌적성을 높이고자 했던 부분이 실현되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 크다.

 

실시 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수정을 거듭하면서 시간이 훌쩍 흐르고 막바지에는 시간이 빡빡해져서 추석때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공사 예산에 맞춰 재료 등을 정리며 되풀이 되는 수정 등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었다. 귀빈숙소 등은 설계를 마친 상태에서 후에 예산상의 이유로 건설이 제외되었다.

 

그렇지만 화랑마을은 넉넉한 자연의 품에 안긴 편안한 인상을 주고, 순수한옥과 저층의 전통건축 외관으로 이루어진 건물들이 낮은 밀도로 조성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힐링 공간으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향 집을 찾아가는 듯 편안함을 안겨주는 한옥 숙소, 너른 잔디 마당과 국궁장, 캠핑장, 휴식공간 등이 건조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로 하여금 심신의 피로를 씻고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귀한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화랑마을이 활성회되어가면서 점차 시설도 확충되고, 당초 계획되었다가 예산 부족으로 실시하지 못한 귀빈 숙소 등도 언젠가 다시 건축을 추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설들을 차례로 돌아보면서 주말에 한옥숙소를 예약하고 찾아든 여러 가족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해 내부 사진을 촬영하는데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시설이 괜찮느냐고 물어보니 너무 좋다고 했다. 생각을 정리하며 종이 위에 그려나간 도면으로 그려진 부분들이 실재 재료가 투입되어 완성된 공간으로서 폭과 깊이의 편안함과 햇살을 머금으며 생명력을 띠고 있고, 그 곳을 찾아 편안함을 누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흐뭇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번에 방문해 설계한 내용들이 실제로 완성된 모습을 보면서 감회가 많았다. 완공 후 지어진 건물을 볼 때마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구상이 실현되어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대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이것이 직업을 건축가로 가진 사람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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