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배철수의 '콘서트 7080’ 하얀나비 김정호님 특집 녹화 현장을 다녀오며...
김정호 펜 카페 가입 후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카페에 들어가 본다. 김정호님의 노래가 그리울 때나 마음을 달래려 할 때다. 얼마 전 다시 카페에 들어가 보니 반가운 소식이 실려 있었다. "배철수의 콘서트7080" 김정호님 특집편"에 ‘하얀나비’ 펜카페에 70매의 방청권이 할당되어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평소 열심히 카페활동을 하시는 분들끼리 가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빈자리가 생겼다고 해서 댓글로 신청을 했었다.
신청 후 달력에 메모를 해 놓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며 기다려 왔다. kbs에서 하는 ’배철수의 콘서트 7080’은 내가 살아온 세대의 정서가 담겨 있어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은 그 세대를 흘러간 세대라고 여길 것만 같은데, 어느새 나도 그런 세대가 되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방송 녹화를 하는 11월 22일 오후 5시 kbs별관 공개홀 앞 모임 공지장소로 나갔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떻게 만나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 들어 늦지 않게 당도하려고 서둘러 갔다. 별관에 정시에 도착해 로비로 가서 두리번거렸으나 단체로 모여 있는 회원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시 공개 홀 입구에 모여 있나 하고 그리로 가 보아도 모여 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경비에게 물어보는데 지나던 분이 회원이라며 따라 오라고 했다.
로비로 가서 주관하시는 ‘예사모’ 님에게 출석을 알렸다. 그리고 카페에서 이름을 보았던 ‘블루버드’ 님과 카페를 개설한 태훈님 등과 인사를 나누었다. 출석 후 로비에서 김밥과 귤을 먹고 단체 사진을 찍은 후 한참을 기다려 6시 30분 입장했다. 시작이 7시 30분이라 한참을 기다려야 되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식사를 할 수 없으니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배가 많이 고플 것 같았다.
내가 직접 공개홀에 와서 직접 가수들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오늘은 특별히 김정호님을 기리는 특집으로 꾸며져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본 방송 시작전 사전mc가 올라와 방청 매너와 호응을 높이기 위한 안내를 했다.
시작 시간이 되자 배철수씨가 나와서 특유의 인상으로 진행을 했다. 첫 가수를 소개하고 무대 밖으로 나간 사이 추가열씨가 올라와 ‘이름모를 소녀’와 ‘꿈을 찾아’를 불렀다. 그의 노래에서 김정호님의 정서가 듬뿍 베어 나왔다. 그의 노래를 들은 후 임창제씨가 올라와 ‘사랑의 진실’과 '잊으리라', '작은새'를 불렀다. 임창제씨와 김정호님은 인연이 깊은 사이로 알려져 있다. 임창제씨와 이수영씨가 그룹으로 활동하며 함께 부른 사랑의 진실/ 잊으리라/ 작은 새 등의 히트곡이 모두 김정호님이 만들어준 노래인데, 임창제씨의 노래를 들으며 김정호님과 그 시대를 더 실감 있게 추억할 수 있었다.
이어서 배철수씨가 음악평론가 박성서씨와 대담을 진행했다. 박성서씨는 김정호님과 마지막 인터뷰를 한 분으로, 그와 만났던 님의 모습을 증언하듯 생생히 이야기 해 주었다. 박성서씨는 “김정호 님에게 인터뷰 요청 4번 만에 아파트로 찾아가 만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인데, 그 때는 결핵이 악화되어 있었다. 살아가는 예기는 하지 않기로 하고 음악예기만 하기로 했다. 그 후 결핵이 악화되어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의사가 노래를 부르면 죽는다고 했지만 김정호님은 “노래를 못하면 되레 내 숨이 멋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하였다. 그가 인터뷰를 가진 후 김정호님이 자청해서 인터뷰를 한 번 더 하자고 하여 만났을 때, 복장을 갖추고 나와서 마지막 모습을 남기려는 듯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며 가슴이 찡해졌다.
배철수씨가 김정호님의 한국 대중음악사의 위치를 묻자 박성서씨는 “가장 한국적인 포크가수로서 아름답고 훌륭한 노래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세대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이어 배철수씨가 “한 같은 것이 배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박성서 씨가 그의 외할아버지이신 박동실님이 이름난 판소리의 명인이었고 김정호님의 어머니 박숙자님도 명창이었다“고 했다. 배철수씨가 “김정호씨의 노래를 들으면서 애환을 느낄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묻자, 박성서씨는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정말 놀라운 노래들이 많이 나왔을 것이다. 완성도가 뛰어나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든다.” 고 하며 대담을 마쳤다.
이어서 역시 그 시대 활동했던 가수 채은옥씨가 무대에 올랐다. 치과에서 치료를 받아 입을 벌리기가 조금 불편하다며 무대 인사를 하고 ‘꽃잎’을 부른 다음, 바이올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찡하는 곡이라며 ‘빗속을 둘이서’를 불렀다.
이어 김학래씨가 무대에 올라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를 부른 다음 “내가 존경하는 선배인데 얼마 전 꿈에서 보았다”고 예기를 한 후 7080세대의 추억에 깊게 남아 있는 노래 ‘날이 갈수록’을 불렀다. 김정호님의 거의 모든 노래가 대부분 직접 작사작곡한 곡인데 비해 이 곡은 김상배씨가 작사 작곡한 곡이지만 김정호님이 부른 노래가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졌으며, 그 노래의 정서가 폐부 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학 캠퍼스에서 울려퍼질때마다 그 노래에 실린 젊은 시절의 고뇌가 담긴 감성에 누구나 산화하는 가을닢 단풍에 산란하는 햇살처럼 자신의 영혼을 투명하게 느끼곤 했었다. 한 노래가 그처럼 시대적 감성으로 작용한 것은 그야 말로 김정호님의 영혼이 담긴 특유의 노래의 힘이었던 것 같다.
김학래씨의 감정을 듬뿍 실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듯한 모습에 노래가 끝난 후 큰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평소에 가수라는 직업이 타고난 재주로 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서 부르는 모습을 보며 매우 힘 든 일임이 느껴졌다.
이어 배철수씨가 오늘 출연한 가수 5명과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가열씨는 이름 모를 소녀/작은 새/ 하연나비 등 김정호님의 노래를 많이 부른다고 했다. 그리고 무명시절 김정호님이 음악적인 멘토였다면서 그 시대 그와 비슷한 포크가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 분이 부른 ‘황성옛터‘를 들으면 가슴이 저미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임창제씨는 어릴 때부터 아는 친구 사이였는데 김정호님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웅변대회를 나가 1등을 하기도 해서 발음이 정확하고 “말도 또박또박 했다고 했다”고 했다. 그리고 채은옥씨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약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강한사람에게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김학래씨는 작은새 같은 친밀감이 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정호님이 말년에 형으로 의지하여 깊게 교감한 하남석씨는 여러 가지 사연을 들려주었다. 하남석씨는 김정호님 별세 후 생전에 지켜보았던 마지막 삶의 애환을 달려주려는 듯이 여러 차례 진행된 헌정 콘서트와 올해 김정호님의 노래비 건립까지 유족과 상의하며 헌신적으로 임해오신 분인데 “아프고 외로울 때 함께 다니면서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다. 드라이브도 해주고 차 안에 서로 녹음해와서 말없이 들으며 드라이브를 했다. 김정호씨가 형처럼 의지를 했었다. 이대로 떠나보내고 말아야 하는가... 11월 되면 정말 보고 싶다.” 고 했다.
하남석씨가 ‘나그네’를 부른 후 김정호씨는 그의 노래 속에 혼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좋은 만남 호응하고 있다. 김정호 일이라면 달려간다. 김정호씨가 무겁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선배 만나면 달려가 뽀뽀도 하고 수줍어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으며 조금 다행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하남석씨는 그 말에 어어서 ‘저 별과 달을’ 을 불렀다.
배철수 씨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는데 음악은 살아있다. 청년시절 빈 부분을 채워 놓기도 하고 사랑을 대신 전하기도 하는 것 같다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그리고 출연한 5명의 가수가 바통을 이어받듯이 ‘하얀나비’를 부르며 ’배철수의 콘서트 7080’ 김정호님 특집 방송을 마쳤다.
그리움을 달래고 떨치려 했는데 김정호님의 노래에 실린 정서에 공감하던 그 시절이 되레 더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201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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