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2016 송년 정모 &제11회 하얀나비들의 작은음악회를 다녀오며...
지난번 11월 22일 배철수 7080콘서트 특집 하얀나비 김정호 특집을 다녀 온 후, 회원님들이 올린 행사 사진 등을 보면서 “2016 송년 정모 &제11회 하얀나비들의 작은음악회”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거기에는 많은 참가신청과 댓글이 올라와 있었는데, 참가 신청 글마다 카페지기와 운영자 님들의 환영 댓글이 많이 올려 있어서 대단한 열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일 년 내내 노래방 한 번 가지 않는 나와는 무관한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김정호님의 노래를 어떻게 부를까 하는 궁금증은 남아 있었다.
북한산 산행을 마치고 하산 길에 행사장소인 투데이스를 찾아갔다. 어제 오후 블루버드님에게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가도 되느냐고 하니 괜찮다고 했다. 행사 장소에 도착하니 북산한 산세가 바로 앞에 펼쳐 보이고 분위기가 마치 숲속의 산장 같았다. 불쑥 참석한 것이 어색하여 밖에서 서성이던 차에 태훈님이 바람을 쐬러 나오다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지난 7080콘서트에서 뵈었던 박성서님과 불루버드님도 밖으로 나오다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갔다.
행사 공간은 주출입구 앞에 안내데스크가 따로 놓여 있고 그 안쪽에 앞뒤로 긴 장방형 평면의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앞에는 공연을 위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무대 중앙 정면에 환하게 웃는 김정호님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현수막 좌측 상단에는, 제 11회 하얀나비들의 작은 음악회 부제 “김정호! 그를 기억하는 우리” 라고 쓰여 있었다.
행사장에는 참가한 회원들이 가득 자리를 채워서 명랑한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다. 독립적으로 실이 구성된 데다 공간의 넓이와 천정 높이가 적절한 비례를 이루어 비교적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무대 앞 중앙과 좌측에 내빈을 위한 특별석을 마련하였고 나머지 자유롭게 배열된 원탁에 대여섯 분씩 무대를 바라보며 둘러앉게 되어 있었다. 먼저 온 회원님들은 식사를 마치고 테이블마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홀 뒤에 차려진 음식을 접시에 담으며 보니 그 주변 벽에도 김정호님의 사진이 많이 결려 있었다. 다 젊은 시절 한때의 몇 년 사이에 촬영된 사진 같았다. 그 분이 세상을 떠나신지 벌써 31년이 지났지만, 젊은 시절 그 분 노래에 공감하여 긴 세월동안 마음에 지니며 이런 모임에 함께 하는 것이 뜻 깊게 다가왔다.
빈자리를 찾아 맨 뒷좌석에 앉자 장훈님이 함께 자리에 앉았다. 그에게 인사를 하니 오늘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경연에 참석해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서 긴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6시 24분 이영희 이사님이 따님과 함께 도착하여 블루버드님 사회로 1부 행사를 시작했다. 블루버드님이 인사를 하며 나비넥타이를 처음 매 본다고 했다. 블루버드님은 사진도 잘 찍고 디자인도 조예가 깊고 말씀도 잘 하셔서 모든 방면에 전문가처럼 느껴진다. 그가 예사모 카페지기님의 인사말씀을 듣겠다고 하자 지기님이 무대로 나와 인사말을 했다.
카페지기님은 “님의 노래 너무도 사랑한다. 감성이 풍부했던 시절, ‘이름 모를 소녀’의 주인공처럼 편지도 받아보고 남학생에게 이름 모를 소녀도 되어 보고 싶었고, ‘날이 갈수록’ 노래를 들으며 공감하는 시절을 보내고 ‘하얀나비’의 ”때가 되면 다시 필걸“ 이라는 가사에 위로도 받고, 그런 추억이 있었기에 지금 카페지기 하고 있는 것 같다. 님의 버팀목이 되어 드려야 한다.” 고 했다.
이어서 이영희 여사님이 인사말씀을 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김정호님의 노래를 처음 접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이름 모를 소녀의 노래가 세상에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기억하고 있다. 이 여사님은 그 아름다운 노래가 탄생케 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신문에 보도된 오래전의, 젊은 시절 이 여사님의 모습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뵌 것은 처음이다. 그 때로부터 참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사진에서 보았던 인상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 여사님은 “아프고 난 후 차츰 회복하고 있으며 몇 일전 산소엘 다녀왔다. 평소 묘소가 낡아서 걱정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카페 운영진의 노력으로 묘소가 깔끔히 단장이 되어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여러분 정성으로 담양 노래비가 세워진데 감사드리고 광주 김정호 거리 생길 거라는 예기 들었다. 감사한 일인데 저는 염려도 된다. 많은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고, 피해 안주고 아름다운 거리 지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예사모님, 운영자님들 감사드린다.”고 하면서 인사를 마쳤다. 김정호님의 가족이 참석하니 카페의 가족적 유대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사회자가 이상기 전 매니저님, 박성서 음악평론가님, 보혜미안님, 광주 방송국 촬영감독님, 가수 협회 광주지부장 및 임원진, 작곡가 정옥현님, 영화배우겸 가수 정일모님, 바람새 뻐꾸기 카페지기님 등의 내빈 소개를 했다.
이어서 운영진과 고문 운영자님을 소개한 후 이 여사님, 이상기님 등이 앞으로 나와 케이크 커팅 식을 했다. 그 다음으로 신입회원 소개, 우수회원 공로회원 들에 대한 상품 수여가 이어졌다. 그리고 가수 협회 광주지회에서 이 여사님에게 선물을 증정하였다. 선물을 받은 이여사님은 다시 생각이 난 듯 무대에 걸린 김정호님의 사진을 바라보셨다. 이어서 하얀천사님이 도자기로 구운 김정호님의 사진을 이 여사님께 전해드렸다. 하얀천사님이 흰 도자기에 담긴 김정호님의 모습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자 이 여사님이 감격한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로서 1부 행사를 마쳤다.
6시 55분에 시작한 2부 작은음악회는 페가수스님 사회로 진행되었다. 이번 음악회에 참가한 13명의 노래를 들은 후 올해의 김정호상과 3명의 헌정상을 뽑는다고 했다. 박성서, 이상기님 등이 심사위원으로 수고해주시기로 했다.
잠시 후 하남석님이 도착해 노래를 부르며 김정호님과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김정호님과 장흥에 드라이브 갔을 때 동치미 국물 없이 군고구마를 사 먹고 체해서 며칠 고생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김정호씨 타계한 날 많이 울었다. 꿈속에서 만난다. 여러분 곁에 있는 것 된다.” 고 하며 밤에 떠난 여인을 부른 후 먼저 자리를 뜨셨다. 이어 보혜미안님의 노래를 들었다.
참가자의 노래가 시작되기 전 박성서님이 앞으로 나와 심사기준을 예기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하얀나비 노래 경연 심사” 인 것 같다고 하면서 무대 매너는 보지 않는 대신 감정과 노래 해석 등을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관객 반응을 30%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 다음 가수협회 광주지회장님이 “김정호님이 광주에서 태어난 것 알고 기절 할뻔 했다. 충격이었다.” 고 인사말을 남기고 자리를 뜨셨다.
잠시 후 무작위 추첨 순으로 노래 경연이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노래가 끝날 때마다 경품 추첨을 하여 참가자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주었다.
1. 카페를 개설한 태훈님이 첫 번째로 나와 “이렇게 발전할 줄 상상도 몰랐다. 나는 숟가락만 얹었다.” 며 ‘보고 싶은 마음’을 불렀다. 그리고
2. 유달산 - 푸른 하늘 아래로
3. 외송 - 달님
4. 하얀천사 - 님
5 푸른하늘 - 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6. 태풍나비 - 등대
7. 장훈 - 이름 모를 소녀
8. 오리야 날자 - 날이 갈수록
9. 굳*맨 - 세월 그것은 바람
10. 오션 - 별리
11. 다산의 꿈 - 빗속을 둘이서
12. 정청식 - 하얀 천사의 노래
13. 작은나비 - 작은 새
순서로 노래를 부르고 경연을 마쳤다. 참가자들의 노래에는 공통적으로 김정호님의 정서가 듬뿍 느껴졌다. 심사하는 동안 8회 대상을 수상한 파란나비님의 ‘푸른하늘 아래로’를 들었다.
9시 5분 이상기 전 매니저님이 심사결과를 종합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올해의 헌정상은 푸른하늘님(고독한 여자의 미소는 슬퍼), 태풍나비님(등대) 정청석님(하얀 천사의 노래)에게 돌아갔고 ‘올해의 김정호 상’은 ‘님’을 부른 하얀천사님이 차지했다. 그 것으로 2부 작은 음악회를 마쳤다. 김정호님의 노래를 잘 아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듣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어 9시 10분부터 하얀천사님의 사회로 3부 ‘축제의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에는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는데 2부 행사 시간이 많이 걸려서 늦어지게 되었다. 행사를 마치는 시간이 9시 30분까지로 예정되어 있어서 시간이 20여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맨 처음으로 어떤날+페가수스님이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황제’님의 푸르른 날, 바람새 카패지기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등을 들은 후 마지막으로 ‘배철수 7080 콘서트’ 녹화방송 때처럼 회원님들이 ‘하얀나비’를 함께 부르며 마쳤다. 3부 순서에서도 계속해서 추첨을 하여 경품을 나누어 주었다. 2부가 노래 경연을 하는 ‘작은 음악회’로 꾸며졌다면 3부는 전체 회원의 축제의 시간으로 마련된 것 같은데 시간이 부족할 뿐더러 세부적인 진행계획이 사전에 짜여있지 않은 듯 느껴졌다. 경연 후 긴장이 풀린 데서 오는 분위기도 반영된 듯 하였다.
밖으로 나오니 밤이 깊어져 있었다. 초겨울 공기가 사뭇 시리었다. 김정호님 생전의, 그 시절 나 자신의 추억을 되뇌며 북한산로로 걸어 나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여러 분야의 펜 카페도 많지만 제대로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김정호님 노래로 경연하는 작은 음악회까지 뜨거운 열기 속에 매년 열리는 것을 보면서 새삼 이 사회에 남은 김정호님의 음악적 영향이 크고 특별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번 kbs 공연장에서 가수 추가열씨가 김정호 님을 좋아하게 된 사연을 예기할 때 그 분의 특별한 노래의 힘과 노랫말에 담긴 의미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6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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