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최진 선생님의 가야금 연주회
지난 12월 22일 강남 ‘한국 문화의 집’에서 최진 선생님의 가야금 연주회 초대를 받고 가 연주를 들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에 명 연주자가 전통 악기로 내는 소리를 들으며 아름답고 차분한 감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가야금 연주에 대해 가야금을 뜯는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그것은 가야금 연주 때 손으로 가야금 현을 뜯거나 튕기기어 소리를 내는 동작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그 손끝에서 일어나는 소리는 연주자의 혼이라고 생각한다. 연주자의 마음 안에 먼저 선율이 일고 그 감정이 악기를 다루는 손에 의해 표현된다. 그리고 그 감정의 이입이 표정과 동작으로 그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몸짓이 내는 소리로 들린다.
소리가 끝나고 한 막이 내린다. 어둠에 잠긴다. 다음 막의 기다림의 시간이다. 관객이 감상을 마음속에 아로 새기며 정리하는 시간이가도 하다. 침묵이 흐른다. 다시 새로운 곡을 연주할 준비가 갖춰진다. 스텝들이 어둠 속에서 새로운 자세로 연주할 연주자의 동작에 맞게 의자 등을 놓고 간다. 잠시 더 침묵이 흐른 후 연주자가 나와 가야금을 무릎에 앉힌다.
연주자가 심호흡에 정신과 마음을 가다듬은 후 이윽고 첫 선율을 터뜨린다. 연주자의 표정에 그 선율이 그려져 보인다. 혼신을 다하는 표정, 스스로 뜯어낸 선율을 예민하게 느끼고 어루어 내며 스스로 도취된 표정이 나타난다. 영혼으로 선율을 일으키고 다시 그 선율을 감지하며 스스로 음의 세계에 도취된 모습이다.
선율이 공기를 타고 흘러 관객의 마음으로 흐른다. 연주자가 가쁜 호흡으로 몰아쉬다 이내 고요의 선율이 된다. 관객들은 연주자가 불러일으키는 선율을 따라 환희로운 세계를 오갔다.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내려오는 환희의 표정을 띠다 연주가 끝났다. 그 얼굴에 득의의 표정이 아름답게 나타났다.
연주회가 끝나고 복도에서 주인공을 만났다. 무대위에서 연주를 할 때는 다가가기조차 조심스럽게 느껴지던 그 기품 높은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게 해서 함께 사진을 찍고 계셨다. 얼굴이 마주치고 인사를 건네자 나에게도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일상에서 스타의 도도함을 연상하기 쉬운데 자신의 연주를 들으러 온 사람들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 한층 아름답게 느껴졌다. 연주의 감상을 품고 돌아오는 거리의 도시 풍경이 평소와 색다르게 멋진 분위기로 다가왔다.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