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건축문화 대상 수상작 되돌아보기
□ 한샘시화 공장
건축문화 대상과 수상작의 의미
한샘 시화 공장은 한국전축문화 대상의 첫 시행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국 전축문화 대상 시상위원회는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상을 제정 운영해 오고 있다. 그 취지에 의하면 건축문화 대상은 그 시기 건축문화에 가장 좋은 영향을 끼친 건축물에 수여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한샘 시화 공장도 그러한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문화 대상을 시행해온지도 벌써 15년이 흘렀고 그 사이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수도 그 많큼 많이 남아 있게 되면서 현대 한국 건축을 정립하는 자료로서 정리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상의 위상도 높아져 선망하는 열기도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런 흐름속에서 첫 번째 상을 받은 이 건물이 갖는 의의도 크다고 생각한다
건축은 인간 삶의 총체적 환경을 형성하여 지속적인 영행을 끼치게 된다. 그리고 좋은 건축 문화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나 쾌적함으로나 많은 혜택을 준다. 좋은 건물에서 생활함으로써 좋은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을 만드는 것은 인간에 대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건축문화를 형성하는데 건축인 모두의 노력이 모아져야 할 것이며 그로서 좋은 건물이 주는 효과를 알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건축문화 대상 제도의 시행이 그에 기여할 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근래 들어 건축을 문화적 관점에서 보려는 기운이 팽배해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강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문화적 황폐함을 겪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건축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반길 일이다. 그러나 건축 문화에 대해 올바른 정립이 먼저 확립될 필요가 있다. 건축에서 문화란 말을 하면서는 이상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만, 문화란 어느 좋은 측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건축은 대중에게 그 본질성보다 자본주의에 입각한 재화 가치로 취급 되 온 점이 더 크다. 그 과정에서 건축 문화는 좋은 것보다는 좋지 않은 문화적 양상이 현실에 더 드러났다. 그러한 때문인지 건축에 대한 문화적 기대치도 낮은 상태였다. 건축문화의 황폐화에는 한 목소리로 자성을 촉구하지만 건축을 만드는 측과 주문하는 측이 서로 상대에 대해 그 원인 제공의 당사자처럼 지목하고 있었다.
대상을 받은 이 건물은 수상작으로서 몇 가지 특별함을 띠고 있다. 우선 그 용도가 공장이라는 점이다. 이 건물이 수상하기 전까지 사람들의 뇌리에 공장 하면 블록벽체나 값싼 인상을 갖기 쉬웠다. 그래서 공장이 수상작이 되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상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이 건물이 지닌 건축적 의의가 인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장 같지 않은 공장
심사 위원회는 이 건물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자칫 삭막감을 느낄 수 있는 기존 공장의 개념에서 과감히 탈피해 근로자가 친근감을 느끼고 접근할 수 있는 ‘인간’ 위주의 설계가 돋보이며, 자동화라 인을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게 한 매부 공간의 기능성과 수려한 미관이 조화되게 설계․시공된 역작이라고 평했다.
그 평가뿐 아니라 이 건물이 발표되었을 때 바라보는 건축계의 대체적인 시각도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이라는 것이었다. 그 의미는 기존의 공장 건물의 인식을 뛰어 넘는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공장 같지 않은 공장 같다는 말은 필자가 최근 방문해 그 곳에서 생활하는 사용들로부터도 들은 말이다. 그리고 그 말에는 이 건물에서 생활하는 자긍심이 베어 있었다. 안흥국 공장장의 말에 따르면 “직원들은 현재에도 이 공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가장 높고 먼지가 거의 없다, 중앙 집진설비에 모여 보일러실로 가서 태워 그 열을 이용한다”고 했다. 그러한 점들을 살펴 볼 때 이 건물의 질적 확보는 공장으로서의 생산의 효율성을 물론 유지 관리까지 치밀한 계획하에 이룩된 성과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건물의 공사비는 150억 정도가 들었다고 하니 평당 300만원 꼴을 들인 샘인데 거기서 건축주가 이 건물에 대해 가졌던 강한 의욕이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건물이 거둔 성과는 좋은 조건에 의한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좀더 저렴한 비용이나, 특별한 의지 없이 그러한 성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건물에 대해 세인이 느끼는 그 공통점들은 사실 이 건물을 지으려 할 때 가졌던 건축주와 설계자의 논의 과정에서 이미 추구된 것이기도 하다. 건축주는 설계를 의뢰하면서 자신이 목표로 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구 사항을 이야기 했다. 첫째 세계 최고인 독일 공장보다 더 생산성이 높은 최고의 공장을 만들자, 둘째 일하는 사람들이 공동체적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셋째 아름다운 건축이어야 한다. 그 요구를 들은 설계자는 “그런 요소들은 건축을 하면서 너무나 당연한 요구였으나, 실은 어느 누구도 요구하지 못했던 것이었으므로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고 했다.
설계자는 초기안을 작성할 때 생산 라인 사이에 중정을 두고 타워를 세우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자가당착에 빠져 버리고 석달만에 다시 시작했다. 다시 안을 작성하며 설계자는 공장 내의 원활을 기하기 위해 무주 공간을 지향했다. 이 곳의 생산 공장의 크기는 36m x 220m나 되는 대공간인데, 그 조건에서는 구조 해결이 큰 관건이었다. 다행이 이 작업에 참여했던 서광철 씨가 가진 철골구조 설계의 풍부한 경험과 맨하탄 타임 스퀘어 포트만의 45층 공중 트러스를 2년여 만에 걸쳐 구조 설계한 강병식 교수의 도움이 두 번째 안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주 매스와 병열의 포장 및 저장 공간을 두었다. 그리고 자연 채광을 위해 아키라이트 천창을 두었는데 아키라이트는 그 당시 새로운 재료였다.
설계자는 동일단면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대공간 속에서 휴먼 스케일을 찾기 위해서는 적절한 빛의 조절과 색체의 도입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였다. 그리고 오프 화이트의 철 구조, 외벽 베이지 핑크, 바닥의 옅은 그린색의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공장 내부에 근로자를 위한 별다른 시설은 없으나 로비에 녹음이 우거진 내부 정원과 휴식 공간이 있고 외부에 탁구장, 휴게실, 외부 축구장이 있다. 그리고 뒤쪽으로 징검다리 구상이 있었으나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쾌적한 환경은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공장 같지 않은 느낌으로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독특한 외관과 그런 환경적 요인이 사람들로 하여금 공장이지만 공장 같지 않은 건물이라는 말을 듣게 한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공장 같지 않은 건물은 자랑스런 표어인 샘이다.
기능적인 내부와 우아한 외부 이미지
공장은 가장 기능적인 건축물로서, 그 안에서 생산하는 시설물의 생산 라인에 맞는 완벽한 시스템의 조합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설계자가 설계를 시작하면서 주안점으로 삼은 것도 “공장 전체가 생산라인 그 자체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설계했다“ 고 한다. 이 건물은 주방가구를 만드는 공장인데 건물의 평면은 그 제조 공정에 따라 가장 능률적인 작업 배열이 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집진장치와 채광, 환기 등 설비 시설을 갖추어 완벽한 공장 시설을 자랑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의 기능적 측면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을 염려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도 설계를 의뢰한 건축주가 그 분야의 탁월한 식견을 갖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축주와 설계자는 친분이 돈독한 사이여서 설계 과정에서의 대화나 의사소통이 원활 했을 것이다.
근대 이후 건축은 공간을 그 쓰임의 요구에 맞게 형성한다는 기능주의 이념에서 출발하고 있다. 기능성이 중시되는 공장은 기능주의 근대 건축 이념에 가장 부합되는 건축이라고 할 수 있고 이 건물에서의 추구된 기능성도 그 이념에 부합된다. 그런데 외부에서 보이는 건물의 이미지는 그러한 내부와 사뭇 다른 양상을 표출하고 있다. 마치 파티에 초청된 사람이 차림에 신경 쓴 모습을 대하는 것 같은 우아한 느낌이 있다.
현대 건축에서 건물의 외양은 건축 형성의 근본적인 문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계속적인 논란거리를 낳기도 했다. 근대 건축이 형태에 대해 규정한 것은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이다. 그 말은 형태가 기능의 당연한 귀결로서 해결될 것 같은 뉘앙스가 있다. 그리고 건축에서 형태에 대한 고민할 일이 없을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 말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말이 아닌 양식을 타파했다고 선언하면서 한 이념적 표현이다. 외관이 기능성의 표출이라는 말은 명확하게 증명될 수 없으며 추상적이다.
기능의 표출만으로는 어떠한 이미지도 안정적으로 획득되기 어려우며 건축에 임하는 설계자에게 던져지는 문제일 뿐이다. 추상적 의미의 기능에 충실한 성공적인 외관이 되려면 건축가가 더 고도의 추상적 미학의 소양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근대 건축의 거장들이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에서는 그러한 감각도 느껴진다. 그러나 대다수 근대 건축물들은 대중에게 건조한 건물로 비춰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근대 건축의 합리적 태도를 수긍하면서도 근대 이전의 고전적인 건물에 더 애정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근대 건축이 주창한 기능 충족만으로 만족해하지 않으며, 또한 건축가들도 기능주의가 좋은 건축의 질을 담보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며 여러 가지 사조가 등장했다. 그 사조 가운데는 대중이 선호하는 역사적인 건축에 담겨 있던 어떤 것들을 되돌아보고 그 인상을 건축에 반영하려는 생각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김석철의 건축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도 그러한 시도와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건물 외관에서 표출되는 이미지는 차가운 이성이나 기계적 이미지와 다른 우아한 인상을 풍긴다. 그런데 필자는 그러한 김석철 건축적 특징이 감각이 예술의 전당을 설계하면서 정립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설계자의 초기 스케치에서는 그가 이 공장을 설계하며 갖고 있었던 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그의 글에서 밝힌 생각대로 공장으로서의 작업 능률을 최대한 발휘케 하기 위해 평면을 공정라인에 맞춰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건물의 외관은 부여된 이미지를 띠고 있다.
김석철 건축에 구사된 이미지는 전통 문화에 지녀왔던 역사적 맥락이나 우아한 도형적 기호의 인상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러한 이미지는 건물 뿐 아니라 도시 계획을 다룬 도면 형상에서도 나타난다. 이 건물의 스케치에도 같은 맥락이 느껴진다. 그것은 김석철의 평소 작가적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계자는 그 이미지에 대한 설명은 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설계자가 스케치한데로 평소의 건축적 관념을 무의식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건축주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 설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일임했을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이미지 형성은 순전히 설계자의 작품에 대한 개성이자 인격처럼 되어 있다. 여기서 설계자 본연의 창작 영역이라고 여기는 부분과, 그 인상에서 느껴지는 것이야말로 그의 건축을 형성하고 있는 키가 아닐까 생각된다.
기호적 가치와 건축적 가치
김석철이 만든 건물에서 우아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의 건축이 도시에 지어진 다른 많은 건물과 달리 특별한 기호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의 전당은 그러한 그의 건축적 뉘앙스가 가장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가 그 이후 보여준 건물에서 그 건축가적 개성이 보편성을 띠고 나타나고 있다. 언젠가 김석철이 포스코에서 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자신의 건축을 설명하면서 고고학적 DNA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그 후로 그가 한 말을 통해 그의 건축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필자 나름으로는 기호론적 건축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대하면 고전적 완결성이 느껴지는 우아한 이미지가 먼저 인상에 와 닿는다. 그러한 인상은 외벽에 낸 원형 창호와 건물의 매스 그리고 중앙 집진 장치를 둘러싼 벽 등 요소간의 비례에 의해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그점이 이 건물에 대한 건축적 인식에 크게 작용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건물에 대한 평가는 공장으로서의 기능적 측면보다 전체적인 인상에 의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거기에는 건축을 대하는 대중적 감성과, 현대 건축의 건축의 본질에 대한 모호함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건물에서 고전적 균형감이 느껴지는 우아한 이미지는 구법에 의한 표출이 아니라 외피를 작가의 자의로 디자인 하여 어떤 인상을 낳게 한 것이다. 과거 건축의 형태는 형식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음의 수단과 부합되어 건축적 성과를 단지 짓는 기술로 인식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건물에서와 같은 경우는 이미지 자체일 뿐이다.
하나의 건축 사조에서 내부와 외부의 모순을 당연시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현대 건축이 그러한 괴리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기능주의 바탕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 건축의 주창자들은 외부는 내부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경우에 기능과 이미지 사이의 괴리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건축의 외관이 기능에 따라 형성된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되기 어렵다. 건축에서 기능이란 내부에서 수행되는 것이다. 건물은 어떤 경우이건 외피를 둘러싸는 재료와 기술에 의해 드러나는 모습을 갖게 되고, 사람들은 그 결과에 대해 호불호의 감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피막은 독자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건물의 외피는 구조, 사용재료, 품질, 외벽을 형성하는 창의 크기와 건물 전체 크기와의 관계 등에 의해 다양한 모습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떤 상태로든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건축가는 여전히 외관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김석철 건축도 그러한 고민과 모색의 괘적을 같이한다고 여겨진다. 그의 개인적 취향이건 건축 수업 과정에서 축적 된 것이건, 그의 건축에는 일정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보여지는 인상이 세간에 김석철 건축의 인상으로 자리 매김 되어 있고, 그렇게 형성되고 자신에게 투사된 인상을 지속해가며 논리적 충실을 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귀결로서 자신의 건축을 고고학적 DNA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 대해 갖게 되는 의문은 건축에서 그 기호적 이미지의 부여는 어떻게 정당한가이다. 근대 건축의 등장 이후 건축가들은 건축에 대한 작위적 이미지 부여를 건강하게 생각지 않아 왔다. 근대 이전 건축에서 이미지는 지음의 드러남이라는 진실성을 무기로 그 괴리가 표출되지 않았다. 단지 어느 시기 어느 지역의 양식으로 특징될 뿐이었다. 이미지 부여에 의해 건축적 진정성에 도달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미지 선호가 결여되더라도 단지 채광과 환기가 고려된 피막으로 정직하게 드러나는데서 건강함도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아는 근대 건축의 대가들 작품에서도 그에 대해 고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루이스 칸은 공간의 조직을 통해 구조를 이루어냄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건축에서 건강성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그로 인해 기념비성을 띠고 비용이 증가되어 대중적 실천과 거리가 생기기도 한다. 그와 다른 경우지만 김석철이 만든 예술의 전당에서는 평면 조직과 이미지가 부합되는 점이 있다. 그래서 그 어휘가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 이미지와 내부 공간과의 필연성을 느끼기 어렵다. 기능에 더 집착한다면 더 환기와 채광의 효율을 높이고 외부와 시선이 더 소통되게 하였을 것 같다.
앞서 제기한 현대 건축의 외관에서 공장다움은 무엇이고 공장답지 않음은 무엇일 것인가의 의문에 대한 해답이 어렵다면 현대 건축의 형태 생성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각자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다시 제기하고 싶다. 근대 건축은 쓰임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건축의 형식적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형식을 깨고 나오면서 형식이 갖고 있던 이미지의 안정성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떨쳐 버린 순간부터 업보처럼 따라다니는 외관의 불확실성을 감당해야 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외관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다룰 것인가가 건축가들에 던져진 숙제로 보인다. 그 대안과 탈출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역주의, 역사주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흐름과 사조가 등장했고, 김석철의 건축도 자신의 방식으로 시도한 양상으로 보여진다.
김석철은 자신의 건축 방법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이 건물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 세상에서 우아함의 바램은 지속되고 사람들 마음 한편에서 갈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석철 건축에서 보여지는 점들이 현대 건축의 근본적 해법이라 단정하기 어렵더라도 대중적 기호 면에서 충족되는 성과는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060828 터․울건축 김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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