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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제목

천년송이 되어라

작성자
김석환
작성일
2010.05.1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455
내용



천년송이 되어라


오늘은 솔바람 모임에서 나무를 심으러 가기로 한 날이다.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제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잤다. 깨어보니 날씨가 흐렸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내리지 않고 있어 다행스러웠다.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으로 들어서니 솔마람 모임을 주관하는 국민대 전영우교수가 저만치 모퉁이서 기다리다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리고 차에 오르니 솔바람 회원들이 반갑게 악수로 맞이했다

차가 출발하자 전교수가 행사에 관한 안내를 했다. 오늘 나무를 심을 곳은 홍천 상호안리 며느리터널 지나서라고 했다. 오늘 행사에는 솔바람 회원과 경복궁 근정전을 지은 신응수 선생 휘하 목수분들, 그리고 국민대로 유학온 외국인 석박사 과정 학생들도 참가한다고 했다. 또 섭외한 가수의 라이브 공연도 있을 예정이어서 진기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늘 가는 곳은 3년전 식목 행사때도 갔던 곳이다. 다시 나무를 심으러 그곳으로 가자니 자연스레 그 때가 떠올랐다. 고향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식목 행사에 참가한 후로 실로 오랜만에 식목 행사를 참가한 날이어서 감회가 느껴졌었다. 그 때 행사를 마치고 남은 소나무 묘목 두 그루를 얻어다 옥상 화단에 심었었다. 그 나무를 처음 심을 때는 제대로 살지 어떨지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제 어언듯 우주안에서 자립한 하나의 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산에 심은 나무보다 대지에 깊은 뿌리를 내릴 환경이 아니어서 그 때 산에 심은 나무가 얼마나 자랐는지 불현듯 궁금히 여겨졌다.

10시 조금 넘어 상호안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나무 심을 산으로 걸어 올라갔다. 작년에 개통된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로 접어 들어가니 전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다. 집들이 드문드문 서 있는 산길 입구의 마을을 지나다 보니 농촌마을 특유의 체취가 풍겨왔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 능선위로 오르니 앞이 훤히 트여 보였다. 좌로는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건물도 보였다. 그 곳에 이르니 그 지역을 관할하는 산림청 직원 등이 차()를 준비하며 기다리다 인사를 했다. 그 곳은 숲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 숲으로 꾸미고 있다고 했다. 조금 아래쪽에 여럿이 모여 걸터앉을 수 있게 통나무로 만든 의자가 야외 객석처럼 놓인 곳이 보였다.

일행이 그리로 가서 모여 앉아 나무 심는 요령 등을 듣고 나무를 심을 곳으로 이동하면서 묘목과 괭이를 지급 받았다. 이동중에 2명씩 알아서 조를 이루라고 했다. 나는 아동작가 선생님과 조를 이루었다. 식목장에 도착하니 산비탈에 일정한 간격으로 대나무 쪽을 세워 놓아 심을 자리를 표시해 놓았다. 산림청 직원이 돌맹이가 굴러서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아래쪽부터 심어야 한다고 했다.

줄의 맨 아래 첫 번째 나무를 심었다. 비교적 흙이 부드러워 그리 힘이 들지 않았다. 나는 뿌리가 잘 내리도록 가급적 구덩이를 크게 파고 알려준 대로 부드러운 흙을 뿌리 사이에 골고루 채웠다. 그리고 첫 나무를 시작으로 연속해서 비탈에 나무를 심어 올라갔다. 앞으로 이동하며 주위를 돌아보니 줄마다 앞서기도 하고 쳐지기도 했다.

올라가다 보니 점차 지형이 좁아져 줄이 없어진 곳도 있어서 앞서나간 옆줄 분이 벌써 앞에서 심고 있었다. 심을 곳이 더 없나 둘러보다 위쪽으로 올랐다.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 듯 산봉우리 한면이 대나무 꼬챙이대신 어린 소나무 묘목이 다 채워져 있었다. 그것을 보니 오늘 행사에 참가한 보람이 느껴졌다. 아울러 많은 인원이 함께 협력하는 힘이 느껴졌다. 더 심을 곳이 없나 둘러보다 산 능성이로 올라가니 주변이 훤출해 보였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에게 여기에 천년송을 심을 테니 나중에 찾을 수 있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으나 사진기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천년송이 되어라 천년송이 되어라하면서 나무가 잘 뻗도록 돌을 골라내고 흙도 부드럽게 채워 주고 내려 왔다.

좋은 일을 했다는 기분에 괭이를 어께에 걸쳐 메고 내려오자 일행 한분이 딱 어울린다고 했다. 입구에 식수 기념 표지판을 세우고 있어 나는 칭찬 들은 머슴처럼 신나게 거들었다. 식목 행사를 마치고 건물쪽으로 점심을 먹으러 올라가면서 심은 곳을 뒤돌아보았다. 시선이 능성이 너머로 트여 나가자 그 능성이 위에 천년송이 되어라하며 심은 묘목이 떠올랐다. 그 능성이가 지리산 천년송이 서 있던 능성이를 닮았다.

우측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서는 사이 막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 심은 나무에게 이로운 단비이니 날짜를 잘 맞춘 샘이었다. 도시락을 받아들고 삼삼오오 짝을 이루며 둘러 앉아 식사를 했다. 막걸리와 두부 김치 등 먹거리가 푸짐했다. 일을 한 후라 밥맛이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모여 앉아 인디언 수니의 노래를 들었다. 지난해 월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님은 먼 곳에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 순이였는데 그 이름과 비슷했다. 가수 수니가 노래를 시작하자 모두 숨을 죽이며 들었다. 가수의 표정을 보니 깊은 감상에 젖은 분위기였다. 한 곡이 끝나자 큰 박수가 나왔다. 연이어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 나무의 꿈 (인디언 수니)을 불렀다. 청중의 표정이 모두 노래에 빠져든 분위기였다. 나무의 꿈은 노랫말이 퍽 아름다웠다. 다시 박수와 앵콜을 외치자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부르겠다고 하며 Dande Voy (Tishi Hino josa), Vincent (Dan Mclean)를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 앵콜송으로 봄날은 간다 (백설희)를 불렀으나 일행이 멍해진 듯 미동이었다. 진행을 맡은 전영우 교수가 내려가기 싫으시죠? 하면서 갈 길을 생각해 그만 내려가자고 했다.

나오면서 옆에 걷던 한 목수분이 라이브를 저렇게 잘 부르는 사람 첨 봤다며 오늘 깜빡 죽었다고 했다. 좌측 비탈지 과수원과 우측 저수지 너머 부드러운 산능성이가 평온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나무를 심은 보람과 아름다운 노래를 들은 기분이 내려오는 길을 더 흥겹게 했다.

집에 돌아와 옥상에 다시 얻어온 소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3년 전 식목을 하고 얻어온 소나무도 더 큰 화단에 옮겨 심었다. 옮기면서 뿌리가 잘려 그로 인해 혹시 잘못 될까 걱정이 되었다. 제대로 생기를 찾아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생명은 늘 생사(生死)간에 있다. 오늘 심은 모든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한다.
(20100320김석환)(2010솔바람식목행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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